기자가 질문을 던지는데 정치인이 'That's a good question'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질문이 좋고 이상적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응답할 시간을 벌거나 답변하기 곤란할 때 시작하는 일종의 완충표현(softener)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곧잘 'Hmm, that's interesting!'이라고 대꾸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흥미롭거나 관심이 간다는 뜻이 아니라 '아, 그런가요, 그렇던가요'처럼 실제로는 관심도 없고 이제 다른 얘기를 하자는 뜻이 강하다.
상대의 말에 'I can see that.' 'Point well-taken'이라고 하는 것도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아니다. 대화에 마지못해 응하는 일종의 매너일 뿐이다. 이들 어구는 사실 대화 내용이나 본질보다는 대화의 흐름을 위해 외견상 던지는 표현이기 때문에 직역해서는 안된다. 젊은 층에서 자주 사용하는 'Whatever'나 'Interesting'은 이제 무관심과 냉소의 표현이 되었고 이런 대화를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가령 (1)A: After beating his wife, he got a divorce. B: That's interesting. 이 대화에서 B의 반응은 '이혼하려면 그냥 이혼을 하지, 왜 부인을 구타하고 이혼을 할까'라는 생각을 담고 있지만 얘기를 듣는 B의 입장은 자기 생각과 거리가 먼 얘기이며 관심도 없는 얘기다. 이런 반응을 보고도 계속 얘기한다면 대화가 발전할 리 없다.
또 다른 대화를 보자. (2)A: The new product is not selling well. B: I know, but we have another opportunity. 신상품 판매가 순조롭지 못하다고 말한 데 대한 B의 반응은 'We have an opportunity' 속에 있다. 즉 대안 제시나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형식상 성의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다.
고급 영어일수록, 외교적 표현일수록 반응을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한다. (3) A: … this is all I can say. B: Well, I'm not clear yet. Help me to understand. 대화의 마무리를 듣고 B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Help me understand'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내가 이해되도록 좀 도와달라'는 것이지만 실제 뜻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당신의 얘기가 두루뭉실하다, 그리고 당신도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대화 중에 나오는 'I appreciate your contribution'도 '도움말 주어서 고맙다'가 아니라 '말은 고맙지만 달갑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대꾸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반응의 표현은 새롭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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