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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풀었으니 괜찮겠지" 뼈 과성장·성장판 손상 뒤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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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풀었으니 괜찮겠지" 뼈 과성장·성장판 손상 뒤탈 조심

입력
2012.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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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보다 회복속도 빠르지만 골막서 혈액·영양분 등 공급 활발정상뼈보다 3cm 웃자라기도성장판 손상 X선에 잘 안잡혀 확진까지 길게는 1년이나골절치료 후 2년간 정기검진 꼭

유치원에 다니는 6살배기 동우(가명)는 놀이터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다. 무릎 위 대퇴골이 부러지는 바람에 깁스를 해야 했다. 다행히 상처는 잘 회복됐고 6주 뒤 깁스를 풀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쑥쑥 자라던 동우는 2년쯤 뒤부터 자꾸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며 칭얼댔다. 그러다 다리를 조금씩 절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성장통이려니 하고 넘겼던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 동우를 병원에 데려갔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골절됐던 한쪽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자랐다는 것이다.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걸을 때 절룩거리고 통증을 느낀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결국 동우는 뼈 길이를 맞추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이들 골절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은 깁스 풀고 나면 그만이지만 아이는 한동안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성장이나 성장판 손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회복 빠른 만큼 후유증 클 수도

뼈 표면은 얇고 질긴 조직(골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골막에는 수많은 모세혈관과 신경섬유가 얽혀 있으면서 뼈를 보호하고 성장을 조절한다. 뼈가 부러졌을 때 뼈를 이루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혈액을 활발하게 공급하며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도 바로 골막의 몫이다.

아이들의 골막은 어른보다 훨씬 두껍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는 혈액과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골절이 회복되는 속도가 어른에 비해 아이들이 훨씬 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른 쇄골은 부러진 뒤 아무는데 6~8주 정도 걸리지만 신생아는 1주, 소아는 3~4주밖에 안 걸린다. 손가락뼈는 어른은 4주, 아이들은 2주 정도다.

하지만 바로 이런 특성이 골절 후 과성장을 부르기 쉽다. 골절이 치유된 뒤에도 그 부위에 혈액과 영양분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뼈가 지나치게 자라는 것이다. 과성장이 흔히 나타나는 부위는 무릎 위와 아래 뼈다. 뼈가 정상보다 많게는 3㎝ 이상 더 자라기도 한다. 주선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골절 후 과성장은 만 2세에서 10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며 "깁스를 풀고 나서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까지는 4~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깁스를 풀고 아이가 별 무리 없이 활동하게 되면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는다. 과성장을 일찍 발견하면 약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바로잡아줄 수 있지만, 뒤늦게 알게 되면 아이가 심한 통증을 느낄 뿐 아니라 자세가 비뚤어지거나 성장장애로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X선도 모르는 상처

어른과 달리 아이들 팔다리 뼈와 뼈 사이에는 성장판이 있다. 연골조직의 일부인 이곳에선 여러 층으로 배열돼 있는 연골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하며 팔다리 길이를 늘려준다. 보통 여자아이는 만 14살, 남자아이는 16살까지 성장판이 자란다. 골절 후 혈액순환이 증가해 성장판이 자극을 받으면 과성장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과성장 못지않게 흔한 골절 후유증이 바로 성장판 손상이다. 외상으로 성장판 일부를 다치면 그 부위는 성장이 늦어지거나 아예 멈춘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면서 특정 부위 뼈가 짧아지거나 팔다리 관절이 한쪽으로 휘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성장장애나 사지기형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골절 직후 X선 영상을 찍어봐도 성장판이 손상됐는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확진하기까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때문에 골절 치료를 받은 뒤에도 한동안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하다. 꼭 골절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심하게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친 뒤 관절 부위가 아프다고 하거나 부어 있으면 일단 성장판 손상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부목이나 막대로 고정시키고 얼음찜질로 통증을 완화시켜준 다음 가능한 빨리 정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등의 상처 자체도 아이들의 X선 영상에선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살짝 찌그러지거나 휘어진 경우면 더욱 그렇다. 뼈가 유연해서다. 당장 X선을 찍었는데 이상 없다고 지나치면 자칫 큰 상처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퀵보드 등을 탈 땐 보호대를 착용하고, 운동 전 미리 관절을 풀어 유연하게 해줘야 한다. 한번 골절을 겪은 다음엔 완치된 후에도 아이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주 교수는 "다쳤던 부위가 한쪽으로 휘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할 때, 허리띠 한쪽이 자꾸 내려갈 때, 신발 한쪽이 유달리 빨리 닳을 때는 성장판 손상이나 과성장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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