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7일 제주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있으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A교수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준공무원인) 정부 외부기관 위촉위원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은 법률에 대해 일정한 해석의 범위를 정해 그 범위를 벗어났을 때 위헌으로 보는 헌재의 결정이다. 헌재의 이날 결정은 '일반인이면서 공무원에 준하는 일을 하는 준공무원도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 또는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이 아닌 제주도 위촉위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한계를 넘은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적 쟁점이 있는 경우 법원의 해석 또한 헌재의 규범 통제 대상임을 명백히 했다는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원 내에서는 '헌재가 현행법상 재판의 위헌성을 따지는 재판소원(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하지 못하게 돼 있음에도 사실상 4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헌재가 재판을 심판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A교수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고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헌재가 지난 6월 조세법 해석을 문제 삼아 'GS칼텍스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며 촉발됐던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GS칼텍스 사건도 재심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6개월 가까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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