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연일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윤 수석대변인을 과연 누가 추천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26일 윤 수석대변인을 추천한 장본인으로 박 당선인의 친동생인 박지만씨를 지목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래저래 새누리당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4·11 총선 전에 누구를 통해 문제의 윤창중을 만났더니 대뜸 나에게 박지만과 너무 친하니 한번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파시스트 윤을 추천한 인사가 누군지 금세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적었다. 윤 수석대변인을 박 당선인에게 추천한 장본인으로 지만씨를 지목한 트윗은 삽시간에 확산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오후 문제의 트윗을 삭제했다. 이어 오후 3시쯤 트위터에 새로운 글을 올리면서 "작년 가을 무렵 지인의 소개로 오랜만에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구체적 얘기는 그리 잘 기억나지 않네요"라고 오전 트윗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제가 글을 내린 내용은 또 다른 언론인과 총선 당시 나눈 얘기가 윤씨로 착각되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얘기는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윤대변인에게 이 자리를 빌어 유감을 표합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윤 수석대변인은 "지만씨와는 평생에 걸쳐 일면식도 없고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4ㆍ11 총선을 전후해 김현철씨를 어디에서도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 보수가 이겼으니 보수주의자를 등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윤 수석대변인 기용을 두둔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모든 책임이 승리자에 있는 것이고 모든 인사에 대한 권한도 승자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새누리당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친박계 주변에서도 "당선인 스타일로 봤을 때 임명 철회 가능성은 없는데, 야당은 반발하고 당내에서도 불편해 하는 기미가 적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의 첫 인사는 국민대통합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임명 철회와 윤 수석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윤 수석대변인이 자신의 칼럼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윤봉길 의사가 문중 할아버지"라고 거론한 데 대해 윤 의사 유족 등은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양병용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윤창중씨는 한번도 윤봉길 의사 추도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면서 "그는 윤 의사의 4촌도 아니고 8촌도 아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