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서편광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2지구 시장정비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상인들은 지난 6년9개월이 꿈만 같았다. 2009년 12월 29일 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 친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상인들은 "이젠 잘 될 일만 남았습니다. 한강 이남의 최대 원단시장을 넘어 의류 이불 커튼 등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종합패션센터로 우뚝 설 것입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대구 서문시장 2지구가 화재의 아픔을 딛고 재 개장 했다. 추석 전 준공식을 한 뒤 지금까지 1,494개 점포 중 83% 가량이 입주를 마쳤다. 이런 식이면 내년 1월 설 이전에는 모두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새 단장한 서문시장 2지구는 상인 자부담과 국ㆍ시비 등 40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4층 연면적 2만9,380㎡에 226대의 주차장을 갖췄다. 특히 전기누전으로 불이 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소방방재설비는 최고다. 유독가스를 빼내는 제연급배기 시설과 24시간 화재감시 시스템, 대피용 레이저 유도 표시등, 상·하향식 스프링클러 등이 그것이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로 돌아선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2지구가 재 개장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뿔뿔이 흩어진 상인들은 서구 비산동 옛 롯데마트 등에 둥지를 틀었지만 상당수는 영업을 포기했다. 재건축 과정도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금품수수 비리가 터졌고, 시공사의 법정관리로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조여일(55) 서문시장2지구정비조합 4대 조합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공사가 공사비를 체불,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공사비 직불제 등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2지구가 최신 건물로 거듭남에 따라 고객 집중도가 높아지고 서문시장 전체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걱정도 없지 않다. 최신 상가인 만큼 종전보다 2, 3배까지 오른 임대료가 자칫 상가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여 년간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해 온 허임순(60·여·일신상회)씨는 "다시 시작하는 각오"라며 "아직 예전만큼 손님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 지었다.
조 조합장은 "2지구가 '섬유 유통의 메카'라는 명성을 회복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불경기에다 재래시장 이용률 저조해 걱정인데 고객만족에 최선을 두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해 주길 꼭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최홍국기자 hk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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