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26일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의 방향에 대해 "향후 국정 운영의 큰 틀만 잡아야지 모든 것을 하려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수위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뚜렷한 목표 설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단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 냉정한 상황 진단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사와 관련해선 대통합이나 탕평 자체가 인사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취임식 준비와 공약 재점검 국한돼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명박 당선인 인수위 부위원장)
인수위 활동 기간이 50일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인수위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집행하는 것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서 할 몫이다. 인수위의 역할은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와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세운 공약을 재점검하는 것에 국한돼야 한다. 버릴 것이 있다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하고, 장기 과제로 둘 것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야당이 발표한 공약 중에서 받아들일 것은 없는지, 현정부의 정책 중에서 이어받을 것은 무엇인지 등도 인수위에서 검토해야 한다. 당선인은 형식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것 보다 전국의 현장을 다니며 민생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국민에게 처한 상황 알려 공감 얻어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명박 당선인 인수위원)
인수위 기간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보다 상황적 어려움을 납득시키면서 국민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 보다는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국민에게 다 만족을 줄 수 있다기 보다는 어렵지만 국민과 함께 하면 좀 나아질 수 있다는 낮은 자세의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불연속성보다 연속성이 더 많은 만큼 인수위 규모를 줄여 간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의 범위 명확하게 한정 지어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노무현 당선인 인수위원)
인수위에서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의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한정을 지어야 한다. 인수위원들은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 저것 다 하려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할 수도 있다. 세부 사업들은 신경 쓰지 말고 큰 방향을 잡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당선인이 대통합과 탕평을 얘기하는데 그 자체가 인사의 목표가 돼선 곤란하다. 정책 비전이 명확히 설정된 뒤 그에 맞게 인사를 하면 저절로 탕평이 되는데 탕평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정책 비전과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다.
"국정운영의 우선순위 정하는 역할"■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김대중 당선인 인수위원)
인수위의 역할은 당선인이 취임했을 때 국정 운영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선거 때 쏟아낸 공약 중 사실상 지키기 힘든 공약이 많다. 때문에 인수위를 통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걸러내고 실현 가능한 공약과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에 역점을 두고 역할을 정하는 것이 좋다. 당선인의 첫 인사가 대단히 실망스러운데 국민에게 약속한 대통합과 탕평을 인수위 인사부터 보여줘야 한다. 인수위 인원도 무조건 줄인다는 게 아니라 적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밀하게 파악해 인선해야 한다.
"새정부 방향 잘아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이해구 전 의원(김영삼 당선인 인수위원)
당선인의 정책 지향점을 바탕으로 향후 5년 간 국정운영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새 정부의 방향과 전문성, 그리고 당선인의 공약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인수위가 구성돼야 한다. 새 정부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가 있다. 때문에 '박근혜 인수위'는 정권이 바뀌었을 때보다 더 큰 차원의 새 정치를 수용할 수 있는 안목과 방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준 인사들이 인수위 구성에 고려돼선 안 된다. 역대 정부에선 이런 점이 많이 개입됐으나 이젠 그런 관행을 깨야 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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