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로버트 랜디(68) 미국 뉴욕대 교육연극과 및 응용심리학과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26일 서울 대흥동 서강대에서 열린 '학교폭력과 연극 치유' 주제의 세미나 및 워크숍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 해법을 제시했다. 랜디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자도 알고 보면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로 낙인 찍힌 학생들이 연극에서 부모, 피해자 또는 다른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해야 궁극적으로 학교 폭력을 추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극치료는 가해자가 피해자나 부모, 교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내면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연극치료가 한국사회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진료기록이 남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가지 않잖아요. 그만큼 낙인효과가 큰 것이지요. 연극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가해자들이 주변 시선에 의해 '가해자'로 고착되면 더 큰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 받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사회에 나와서도 마약, 강도, 절도를 일삼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를 살인해 24년형을 선고 받은 흑인 A의 사례도 언급했다. 2002년 연극치료를 위해 교도소에서 A를 만난 랜디 교수는 "흉악범인 A도 연극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3개월 만에 마음을 열며 내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2006년 출소 후 뉴욕 할렘가에서 나와 함께 드럼 치며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극 치료를 받은 학생들이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려면 부모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이 이들의 장점을 찾아내 내면의 변화를 북돋워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랜디 교수는 음악ㆍ춤ㆍ예술을 융합한 학교폭력 예방ㆍ치유활동을 해오다 영국에서 시작한 연극치료 프로그램을 84년 미국에 처음 도입, 지금까지 연극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도 번역ㆍ출간된 등 연극치료 관련 서적 10여권을 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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