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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대구·경북 이슈 & 인물] 문화불모지서 만든 뮤지컬 '정도전' 과 작가 최대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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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대구·경북 이슈 & 인물] 문화불모지서 만든 뮤지컬 '정도전' 과 작가 최대봉씨

입력
2012.12.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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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맞은 대도시 공연가에는 어김없이 유명 뮤지컬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서울은 물론 뮤지컬 도시 대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소도시로 내려가면 뮤지컬은커녕 변변한 음악회 하나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 도시 규모에 따라 문화 편중이 심한 것이다.

문화불모지 경북 영주에 일대 사건이 터졌다. 8, 9일 영주시 아트파크 까치홀에서 (재)세계유교문화재단이 주관한 '뮤지컬 정도전'이 4회 공연, 500석 전 좌석 매진의 성황 속에 열렸다. 대도시 뮤지컬팀이 순회공연한 것이 아니라 영주가 제작, 오히려 서울로 역수출을 앞두고 있다. 세계시장에 노크할 야심도 있다.

'살아서 6년, 죽어서 600년을 다스린 남자'라는 부제목이 붙은 이 뮤지컬은 영주의 최대봉(59) 작가가 대본을 쓰고 제작도 지휘했다. 영주시가 예산을 지원했고 영주 연극인 나진훈과 심순영이 배우로 출연, 완성도를 높였다. 정도전은 영주출신이다. 생가인 삼판서고택이 지금도 영주에 남아 있다.

영주 공연에 성공한 뮤지컬 정도전이 내년에는 서울로 진출한다. 최 작가는 "배우와 스태프, 음악을 좀 더 보강하고 스토리도 다듬으며 서울의 공연무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도전을 연출한 경희대 이영란 교수는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교수는"K팝과 한국 드라마가 세계시장에서 한류를 상징하듯, 정도전은 한국의 뮤지컬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역사적 사실과 극적 픽션이 잘 조화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최 작가는 "무대 규모에 비해 3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제작하다 보니 중견배우들을 말도 안 되는 개런티로 섭외했다"고 털어놨다. 무대가 작아 객석을 뜯어내기도 했고 중간에 출연진을 교체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김현빈이라는 신인배우가 노래와 연기를 너무 맛깔스럽게 해서 오히려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며 "사인을 해달라는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정도전은 영주시가 지난해 외부 전문 기획사에 맡겨 낭패를 본 '뮤지컬 부석사'와 달리 외부 전문가와 지역 문화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토종 영주 뮤지컬 부흥의 신호탄이 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 작가는 "가희가 정도전의 주검을 끌어 안고 애절하게 부른 '그러나 님이여 못다 이룬 꿈 서러워 말게, 그대의 꿈 다시 또 누군가의 꿈이 되리니'는 백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며 "백성이 근본인 세상,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정도전이 꿈꿨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지난해 영주 순흥에서 단종복위운동을 펼친 금성대군의 정축지변을 다룬 세미 뮤지컬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의 대본을 쓴 경험도 있다. 최 작가는 "지방에서 제작한 뮤지컬이 대한민국과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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