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내놓은 첫번째 메시지는 "우리 대기업도 좀 변화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여기엔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경제민주화 실천 방안으로 내건 '따뜻하고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공정한 시장'을 실현하는 데 대기업이 적극 협조하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들의 면전에서 대기업의 골목 상권 및 중소기업 영역 침범과 경영난을 앞세운 구조조정 및 정리 해고, 과도한 부동산ㆍ땅 매입 등 무분별한 확장과 불공정 관행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자제를 요구했다. 그는 "재벌 2, 3세가 서민들이 하는 업종까지 끼어들거나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대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운 말이라는 이유로 평소엔 거의 쓰지 않는 '재벌'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과의 공생과 상생 실현을 위해 자발적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대기업 내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공약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전경련 방문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부터 찾아 "중소기업이 주연이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면서 '중소기업 대통령론'을 역설했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낙수 효과'를 기대한 현 정부의 정책과 차별화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당선인으로서의 첫 번째 공식 행사로 전경련을 방문해 '비즈니스 프렌들리(대기업 친화적) 정부'를 선언한 것과 달리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프렌들리'로 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을 21세기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엔진으로 삼아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이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활을 통한 중산층 70% 복원"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앞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수출 지원을 확대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제동을 거는 내용 등의 정책들을 내놓았다. 또 그가 이날 "대기업의 횡포를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관련 정책들도 탄력을 받게 됐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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