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동향을 정밀 감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도입 사업의 향방이 안개에 휩싸였다. 당초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2015년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성능이 가장 우수한 글로벌 호크를 도입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미국이 책정한 가격이 예산을 크게 초과하면서 대안 기종 검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6일 "글로벌 호크 수준의 무인정찰기를 도입키로 한 사업 추진 방식이 내년 초 재검토될 것"이라며 "다른 기종도 사업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미 측과의 가격 협상이 결렬되면 다른 기종을 사거나 아예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자체 개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일단 미 정부가 자국 의회에서 판매 승인을 받은 뒤 보내올 구매수락서(LOA)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가격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글로벌 호크 1세트(4대)를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의향을 자국 의회에 공식 통보하면서 판매 예상 가격으로 12억달러(1조3,000억원)를 제시했다. 방사청이 책정한 글로벌 호크 구입 예산은 4,800억여원으로 그 3분의 1이다. 그나마 미 측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2000년대 중반 처음 책정했던 1,870억원에서 크게 늘린 게 이 정도다.
재정당국은 이미 총사업비 확대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올 1~8월 실시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사업 타당성 재조사에서 글로벌 호크 구매비용으로 1조여원, 20년 간 운용유지비로 6조여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를 발주한 기획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현재 사업비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가격 협상에서 1조원 언저리의 접점을 찾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구매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경쟁 입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승인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 추진 기본 전략'에서 글로벌 호크를 유일한 대상 기종으로 선정했지만, 미 무인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사가 개발 중인 글로벌 옵서버가 글로벌 호크 수준의 센서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판명되면 기존 작전요구성능(ROC)을 수정하는 한편, 사업 추진 방식도 다시 수립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지난해 방사청 의뢰로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사업의 최적 방안을 연구한 KIDA 역시 "군이 ROC를 수정하면 다른 기종도 도입할 수 있다"며 "사업 추진 기본 전략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옵서버와 함께 미 보잉사의 팬텀 아이도 대체 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기종 모두 현재 개발 중이어서 검증이 덜 된 데다 글로벌 호크보다 순항속도 등 일부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과 운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신형인 글로벌 호크 블록 30형 모델 대신 블록 20형 모델이나 중고도 정찰기를 매입한 뒤 성능을 개량해 신속히 감시 정찰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호크가 2017년에야 전력화되리라는 판단에서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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