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로 일본 중국 등지에서 원정 시술을 하고 있는 RNL 바이오와 보건당국이 안전성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체는 수많은 시술사례를 들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인된 임상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RNL 바이오사의 라정찬 RNL 줄기세포기술연구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7년부터 5년 동안 2만8,000여명의 환자가 우리의 기술을 통해 시술을 받았지만 암 발생 등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주장했다. 그는 "보건당국의 우려는 성체줄기세포 이식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반론적인 우려"라고 덧붙였다. 2010년 폐동맥 색전증 사망 등 시술 후 사망자가 3명이 있었지만 업체 측은 시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법 시술이라는 고수하고 있다.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청 세포유전자치료과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줄기세포를 조작ㆍ배양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변형될 가능성이 있고, 체내에서 작용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인될 때까지 이 치료제를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RNL 바이오사는 미분화된 성체줄기세포를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뒤 성장성분, 혈청 등을 투입해 이를 배양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가 오염되거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 패혈증, 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안철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기능이 완전히 발현된 중분화ㆍ말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어느 정도 안전하지만, 어떤 식으로 분화할지 모르는 1세대 줄기세포의 경우 체내에서 예상치 않았던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자로부터 고액을 받고 사실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 원정시술을 처음 보도한 마이니치에 따르면 환자들은 1,000만~3,000만원을 내고 있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환영하지만, 연구에는 신빙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임상 상태에서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장판막 이상 환자에게 시술했던 카바수술의 경우에도 3년의 검증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자 최근 복지부는 돈을 받지 못하도록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철폐,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RNL 바이오가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추출만 하고 시술은 해외에서 하는 식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어,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환자로부터 보관비 명목의 비용을 받는 것이 불법으로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1,004억원을 지원하는 등 안전성을 공인받고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있다"며 "RNL 바이오사가 과장된 광고로 환자를 유치했거나 배양을 했는지 등을 검토해 추가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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