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창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우리 교육의 병리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전인교육의 부재, 높은 사교육비 지출, 교권의 추락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 교육이 지식중심의 시험문제 풀이에 초점을 맞춰 가르치고 평가하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객관식이건 논술이건 ‘시험을 잘 치러내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다. 학교보다 학원이 더 잘 가르친다고 판단되면 학교보다 학원에 의존하여, 학교 선생님의 권위가 약해지기도 한다. 만약 시험 치는 기술이 아닌 실제 문제의 해결능력, 인간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학교에서 가르치고 평가하여’성적표에 기록할 수만 있다면, 학생들은 시험문제 풀이를 위한 학습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면서 학교 선생님의 지도와 평가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 교육의 문제들 역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의 감소로 인해 더 이상 인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소수의 학생을 보다 잘 길러내기 위해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시험공부 준비에 전념하느라 자신의 소질과 적성, 흥미를 개발하거나 보다 나은 내용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채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들은 시험에 나오는, 즉 평가되는 것만을 학습해야 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되지 않는 중요한 것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물결이 우리 삶의 여러 면에 밀려와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싹트는 시점이다. 우리 교육이 새로운 면모로 탈바꿈하여 경쟁력과 인간미를 갖춘 미래사회의 구성원을 배출해 낼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기에 적절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나라 밖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의 새로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청되는 다양한 능력, 즉 미래역량을 제시하고 이러한 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평가를 개선하여 교수학습 현장을 개선하는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OECD는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시험부터 협동 문제해결력과 같은 미래역량을 양적 및 질적으로 평가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국제기업인 인텔,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후원 하에 여러 나라의 교육학자들이 모인 ATC21S와 같은 학술단체는 미래역량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학교현장의 공식적인 평가로 정착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 중에 있다.
미국에서는 주 단위 교육평가를 개선하여 학교교육의 현실을 개선하고 보다 타당도 높은 정책자료를 얻고자 하는 취지로 2014~2015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한 새로운 종류의 교육평가도구가 개발되고 있다. 고도의 교육공학적 기술과 질적 평가방법이 도입된 점은 우리가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뉴질랜드나 캐나다 퀘백 주와 같은 곳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이 발현되는 결과물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주요한 교육평가의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당장 2015년부터 새로운 종류의 PISA 시험을 치러야 한다. ATC21S를 도입하고 있는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그리고 새로운 평가도구를 2014년도부터 적용하는 미국 등에 비하면 우리 교육계는 미래역량을 학교에서 질적 평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어 한참 뒤처져 있는 느낌이다. 나라 안팎의 새로운 물결을 타고 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적기이다. 미래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학교현장에 적용하여 미래를 위한 교육을 세워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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