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이 사건으로 몹시 고통스럽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아파트 매매대금 중도금 13억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두문불출했던 정연씨는 이날 화장기 없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남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정연씨 측이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함에 따라 별다른 추가 언급 없이 징역 6월을 구형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8월 정연씨를 어머니 권양숙 여사로부터 받은 13억원을 아파트 소유주인 경연희(43)씨에게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연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 권 여사와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정상 참작을 요청했다. 변론을 맡은 곽 변호사는 "당시 미국에 있던 정연씨는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이며, 정연씨가 이 사건에 관여된 것은 자신의 명의로 계약한 부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곽 변호사는 이어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2009년 1월 무렵 아파트 원 주인 경연희씨가 (정연씨를 통해) 중도금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독촉했으며, 권 여사는 자칫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조치(불법 송금)를 취한 것이지만 정연씨는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재판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정연씨 곁을 지켰지만, 최후 변론에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면 최고 공직자의 자녀로서 달게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이미 아버지의 일로 많은 상처와 고통을 받아야 했고 이 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되며 수많은 언론보도 등으로 다시 한번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앞서 곽 변호사의 비공개 재판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재판 후 이들이 취재진을 피할 수 있게 이례적으로 구속 피고인 통로로 나가도록 배려했다. 검찰도 재판 중 정연씨와 권 여사의 이름을 직접 지칭하는 일을 피하는 등 예우를 갖췄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연희씨는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3일 열릴 예정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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