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 닷새 만인 지난 25일 검거된 노영대(32)씨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고양시에서 걸어서 인천까지 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교도소에 오래 있느니 도망가서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도주 동기를 진술했다.
26일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40분쯤 도주한 뒤 일산호수공원을 거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를 건넜다. 그는 이후 도로변이나 농로 등을 따라 인천 남동구 구월동까지 약 32㎞를 걸어갔다. 일산을 빠져나가기 전 공사현장에서 슬리퍼와 후드티셔츠, 장갑 등을 챙겼다. "날이 밝았다"는 그의 진술로 미뤄 인천까지 밤새 걸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를 찌른 도보 도주로 노씨는 발에 동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서 담장을 넘은 뒤 억지로 오른손을 수갑에서 빼내면서 엄지손가락 쪽에 깊은 찰과상이 생겼지만 경찰은 골절이나 탈골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오전 인천에 도착한 노씨는 택시를 타고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으로 가서 1년 6개월 전 알게 된 친구 박모(32)씨로부터 현금 20만원을 받은 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C모텔에 투숙했다. 22일 새벽에는 박씨에게 현금 30만원을 추가로 얻어 부평역 근처 모텔에 묵었다. 이어 22일 밤 상동, 23일 구월동의 모텔을 거쳐 24일부터 경찰에 검거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K오피스텔에서 은신했다.
그는 박씨가 준 돈으로 모텔비를 내고 부평의 시장에서 트레이닝복과 스키장갑, 가방 등을 구입했으며 부평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삭발했다. 수갑을 풀기 위한 실핀 등도 구입한 뒤 구월동의 모텔에서 왼쪽 손목에 겹쳐 찬 수갑을 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노씨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교도소 복역 동기 안모(54)씨에 이어 박씨도 범인은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며 혐의를 시인한 박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고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