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는 맹금류(猛禽類) 중에서도 매 종류의 시력이 가장 좋다. 4.0에서 9.0으로 사람의 4~8배나 된다. 매과의 아메리칸 황조롱이는 18㎙ 높이 나무에 앉아 땅바닥의 2㎜ 작은 벌레를 찾아낸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눈으로 먹잇감을 발견하면 시속 300㎞ 이상의 가공할 속도로 급강하해 나꿔챈다. 인류가 오래 전부터 매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한 것은 단순히 사냥 목적만이 아니라 그 장쾌한 사냥 장면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 우리 선조들의 매사냥 역사도 깊다. 고조선 시대 한(漢) 문제(文帝)에게 그 유명한 해동청 매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미 그 시대에 매사냥이 성했다는 뜻. 고구려 벽화에도 매사냥 장면이 있고 일본 역사서에는 백제가 매사냥을 전해줬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 몽골 지배기에는 응방(鷹坊)이라는 매 전담기관이 설치돼 매사냥과 사육 기술이 꽃을 피웠다. 고니 같은 대형조류를 잡는 해동청은 명(明) 나라 때까지도 중요한 진상품이었다.
▦ 공군 전투장비에는 매 종류의 이름을 쓰는 예가 많다. 멀리보고 민첩하며 용맹한 이미지 때문이다.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의 ‘글로벌 호크’는 매처럼 뛰어난 시력을 자랑한다. 20㎞상공에서 지상 30㎝ 크기 물체 움직임을 포착한다. 42시간 비행에 작전 반경은 3,000㎞에 달한다. 첩보위성급 성능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독자적인 대북 영상정보 확보를 위해 참여정부 시절부터 도입을 추진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 미국이 전략무기라는 이유로 판매를 거부한 탓이다. 그런 미국 정부가 글로벌 호크 1세트 4대를 한국에 판매하겠다고 미 의회에 통보했다. 가격은 12억 달러, 약 1조3,000억원. 2009년 제시 가격의 3배에 가깝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돕는다는 생색이나 어려움을 겪는 군수업체 지원 속셈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독점공급 체제에 묶여 바가지를 쓰느니 독자개발이나 경쟁입찰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최고의 매사냥 기술을 자랑했던 우리라면 최고 성능의 시력을 가진‘호크’개발을 시도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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