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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추워" 움츠린 당신이 꿈꾸는 곳이 여기 아닐까

입력
2012.1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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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사막에 가거나 아무도 없는 해변, 또는 전혀 동떨어진 낯선 풍경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어쩌면 여행의 목적은 가장 현지다운 어떤 것을 파고드는 것일 게다. 태평양을 마주해 연중 200일 이상 21도 내외의 온화한 기후를 누리며 사는 샌디에이고는 뉴욕이나 워싱턴의 마천루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없는 평화로운 미국의 모습이 존재한다. 불행한 일이 모두 빗겨갈 것 같은 이곳 특유의 친절한 공기 때문일까. 113km의 길게 자리 잡은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친절한 미소를 만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은퇴한 후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의 익사이팅은 없지만, 축복받은 자연을 품은 미국을 제대로 맛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서쪽으로는 해변, 동쪽으로는 산과 사막지대까지 끼고 있으며, 공항도 도심에 있어 해변이나 다운타운까지 닿는 데 고작 차로 20~30분이면 된다. 시간이 생명인 여행객에게는 공항에서 시내, 시내에서 해변, 해변에서 사막까지 1시간 내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미국의 대표 미항(美港)으로, 길게 누운 해변이 최고의 자랑이다. 바다를 끼고 들어 앉은 고풍스러운 호텔에 묵으며 부띠끄가 늘어선 널찍한 거리를 한가하게 거닐며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요트를 타고 유유자적하거나 윈드서핑, 패러글라이딩, 카약, 스노클링, 서핑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낮에는 반팔이 밤에는 도톰한 점퍼가 어울리는 이곳은 추위를 싫어하는 이들이 12월을 안락하게 보내기에 그만인 낙원이다. 해변에는 산타 모자를 쓴 젊은이들이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고, 커다란 트리를 비치볼로 장식해 놓았다. 북쪽부터 다양한 얼굴의 해변이 관광객을 맞는데, 해변은 각기 특색을 가진다. 샌디에이고 맨 위에 위치한 절벽이 가파른 토리파인비치는 패러글라이딩을, 라호야비치는 서핑을, 퍼시픽비치와 미션비치는 주로 해수욕과 선탠에 특화되어 있다. 겨울임에도 초여름 날씨로 해가 있을 때는 덥고 밤에는 쌀쌀한 정도라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101번 도로를 타고 멕시코 인근까지 달리는 것도 천혜의 해변을 누리는 다른 방법이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중산층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130만명 정도다. 생명공학과 헬스케어에 종사하는 고소득자와 기업인들이 모여 산다. 대도시를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어하는 미국 중산층들의 거주지로 흑인 비율이 현격히 낮다. 대신 멕시코와 인접해 있어 히스패닉 비율이 30%에 이르는데, 상당수 히스패닉들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을 한다. 수백만달러짜리 저택이 자리한 전통적 부촌 라호야는 해변이 내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는데, 대선후보로 나섰던 밋 롬니도 여기 산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라호야는 특별히 부유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우편물 또한 샌디에이고를 생략한 채 라호야라고 쓸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사시사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씨에 샌디에이고는 90개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2008년 US오픈을 개최한 토리파인 골프장이 유명하다. 주중 183달러, 주말 229달러로 이용료가 저렴한 편이고, 주민에게는 3분의 1 가격만 받는다. 한두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마릴린 먼로가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찍은 델 코로나도 호텔도 빼놓지 말아야 할 지역 명소. 멕시코와 가장 인접한 해변에 위치한 이 호텔은 해변에 인공 스케이트장을 조성해 놓았는데, 반팔티를 입은 어린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해변을 어느정도 즐겼다면 시내 투어에 나설 차례다. 빅토리아 풍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살린 건물들이 17블록 정도 이어져 있는 다운타운의 중심지 개스램프는 상점과 술집들이 밀집해 있다. 1867년 알론조 호튼이라는 사업가가 부지를 사들여 개발하기 전까지 슬럼가였으며, 오래 쇄락해 있다가 1980년대부터 대대적인 도시 개발로 지금의 번화한 모습이 됐다.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한 덕에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옛 건물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멋스러운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거나 천천히 걸어다니며 쇼핑하기에 딱이다.

개스램프는 밤이 되면 얼굴을 바꾼다. 혈기를 주체 못한 이들이 뛰쳐 나와 마시고 춤을 추는 젊음의 거리가 된다. 5번가를 따라 늘어선 술집은 자정이 넘어가자 발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초저녁께 문을 닫는 미국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은 한국의 홍대 같은 분위기로 젊은 남녀들이 과감한 옷차림을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밤의 흥취를 돋우었다. 한껏 마시고 희희덕거리며 이 술집에서 저 술집으로 몰려다니는 남녀 무리들, 발산하는 젊음은 어디든 같은 모습이구나 한편 안심이 됐다. 5번가의 가장 핫한 플레이스는 메리어트호텔 22층 알티튜드도 가볼 만한 장소.

포르투갈 출신 에스파냐 탐험가 후안 로드리게스 카브릴로는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한 후 40년 후인 1542년 멕시코 서해안을 탐험하던 중 샌디에이고에 와 닿았다. 그 최초의 발견지가 '포인트 로마'다. 다운타운에서 30분가량 차로 가면 닿는 이 해안 절벽으로 가는 길에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 참전했다 전사한 군인들의 묘지가 양 옆으로 펼쳐져 있다. 반도의 끝에 위치한 이곳에 서니 끝없이 이어진 태평양과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개를 돌려보면 널찍하게 자리잡은 미군 함대 기지와 군함을 볼 수 있다. 여기가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 도시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너무도 평화로운 이 곳의 분위기에 젖어있었던 까닭이리라.

포인트로마로 흘러 든 이방인들은 동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는데 올드타운의 시초다. 1872년까지 샌디에이고의 중심부였던 올드타운은 다운타운과 5km 정도로 가까운데,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한 눈에 담고 있다. 성당과 오래된 가게들, 스페인 풍의 교회, 멕시코 풍의 레스토랑과 바 등을 둘러보다 보면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1848년 미국과 멕시코 전쟁에서 승리해 미국령이 되었기 때문에 멕시코 풍이 많이 남아 있다. 샌디에이고 하면 내놓을 만한 대표 음식 역시 멕시코 요리인 피쉬타코다. 그 맛을 보기 위해 들어간 한 음식점에서는 3인조의 산초들이 향토음악을 연주하며 남미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쁜 기색 없이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들은 각박한 일상에 지친 여행객들에게는 따뜻한 기후보다 더 위안이 된다. 미국의 도시에 머물면서 릴렉스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겠다.

레고랜드·씨월드·동물원 '3색 파크' 즐거움도

채지은기자

천혜의 휴양도시라도 며칠 지나면 심심해지기 마련이다. 레고랜드, 씨월드, 샌디에이고 동물원 등 샌디에이고에는 특별한 놀이시설이 있다.

레고랜드는 전 세계 6곳뿐으로 덴마크, 영국, 독일, 말레이시아에 있으며,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레고랜드가 개관하기 전까지는 미국 내 유일했다. 샌디에이고의 레고랜드는 1999년 설립돼 한해 200만명 이상이 즐기는 대형 테마파크다. 60개의 놀이기구와 2~12세의 아이들을 위한 투어 등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코스들이 있다. 이 곳에는 갖가지 레고 시리즈를 대형 모델로 제작해 놓아 아이들의 눈길을 빼앗는데, 무려 2,400만개의 피스가 쓰였다고 한다. 레고랜드 내 선물점에서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은 시리즈를 살 수 있으며, 가격은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세계 최대 해양테마파크 씨월드는 바닷속 동물을 한 곳에 모아놓은 수족관과 다양한 볼 거리 탈 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샤무쇼라고 불리는 범고래쇼의 인기가 높다. 씨월드의 조련사들은 채찍이 아닌 칭찬으로 범고래를 조련하는데, 묘기 위주가 아닌 인간과의 교감을 보여줘 감동적이다.

올드타운과 다운타운과 맞닿은 발보아파크에 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지역의 명물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동물원이다. 코알라, 팬더는 물론 긴코원숭이와 호랑이 사자 등 800종 3,200마리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펜스는 5m가 기본이나 동물의 특성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다르다. 1.5m 앞에서 사자를 볼 수 있다. 동물원 후문과 연결된 발보아파크에는 영화, 역사 등 특색이 다른 15개의 박물관이 있어 찬찬히 둘러 볼 만하다.

여행수첩

●한국에서 미국 샌디에이고로 가는 직항은 아직 없다. 12월 2일부터 JAL의 도쿄(나리타)-샌디에이고 직항이 생겼다. 서울(인천) 또는 부산(김해)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나리타)에서 갈아타고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른데, 환승 대기 시간이 1시간 10분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내년 2월 말까지는 월, 수, 금, 일 주4회, 3월 1일부터 매일 운항한다. 차를 렌트해 캘리포니아의 쭉 뻗은 해변을 감상할 게 아니라면 공항에서 이십분이면 다운타운에 닿는 샌디에이고 직항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JAL 한국사무소(www.kr.jal.com) (02)3788-5742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할 경우 인천-로스앤젤레스 직항편을 이용한 후 차로 1시간 반 가량 거리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인천-나리타-로스앤젤레스 경유편을 운항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연중 평균기온이 21도로 쾌적하고 온난하다. 그러나 낮에는 덥고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 카디건 등 겉옷을 준비해 다니는 편이 좋다. ●샌디에이고의 주요 관광 스팟으로는 ▦코로나도 ▦다운타운 ▦이스트 카운티 ▦개스램프 쿼터 ▦힐크레스트 ▦라호야 ▦미션 베이 ▦미션 밸리 & 올드 타운 ▦노스 컨트리 코스탈 ▦노스 컨트리 인랜드 ▦사우스 베이 등 총 11개의 관광 지역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샌디에고 관광청 웹사이트(www.sandiego.org)에서 얻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7-6665

샌디에이고(미국)=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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