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극성을 부렸던 테마주가 몰락하고 있다. 150개 테마주의 평균 주가는 최고가 대비 반 토막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금융당국은 정치테마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은 정책테마주도 급격히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개미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이달 21일까지 테마주로 분류된 150개 종목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가 최고가 대비 52.7% 급락했다. 최고가에 주식을 사서 계속 보유 중이라면 투자원금의 절반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종목별로는 안철수테마주로 묶인 써니전자의 평가 손실률이 88.0%로 가장 컸고, 바른손(문재인ㆍ-87.1%), 일경산업개발(정동영ㆍ-85.6%), 미래산업(안철수ㆍ-84.2%)이 뒤를 이었다. 평가손실률 상위 10개 중 5개는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후보 관련 테마주였다.
우리나라 테마주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인 인맥 등 비합리적인 이유로 '묻지마 급등'을 한다는 점. 테마주의 평균 주가 변동폭(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이 302%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써니전자와 에스코넥, 우리들생명과학, 바른손 등 4개 종목은 변동폭이 무려 1,000%를 넘었다.
테마주는 각 당의 경선이 끝나고 출마선언이 나온 8, 9월에 최고조로 날뛰었고 대선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 3주 동안(3~21일) 정치인 테마주 15개는 31.9% 급락했고 정책테마주는 20.9% 내렸다.
테마주의 몰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앞서 9월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35개 테마주에서 1조5,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테마주 상승기엔 돈을 벌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예컨대 문재인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은 주가 상승기 때 하루 평균 총 손실액이 1억5,800만원으로 주가 횡보기(2,100만원)보다 컸다. 투자자가 주가 상승에 편승 매매하다가 주가가 급변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테마주 주가 수준이 작년 6월에 비해 평균 28%나 높은 만큼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수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실행 기대감에 정책테마주가 정치인테마주보다 덜 하락했지만, 정책 수혜를 볼 것이라는 근거가 미약해 이 또한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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