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인 L과 K가 연거푸 부친상을 당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두 사람이 저 세상으로 영영 떠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조문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았다.
저 세상은 이 세상이 아닌 어떤 곳을 가리킨다. 망자들은 저 세상으로 갔기 때문에 이 세상의 일을 이제 알 수 없다. 그들은 18대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됐는지도 모르고, 인기 있는 주말연속극의 다음 이야기도 끝내 알 수 없는 것이다. 조수미가 다음 앨범에서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도 알지 못하고, 내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도 알 수 없다.
죽은 자는 결국, 미래의 지식, 미래의 환경과 철저히 차단 당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저쪽 세상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그건 어쩐지 불공평한 것처럼 느껴진다. 저쪽 세상으로 간 자들이 이쪽 세상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아는 것을 포기한 것이라면, 이쪽에 있는 우리들도, 저쪽으로 가기 전에는 저쪽 세상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어야 맞지 않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이쪽 세상에서는 사후의 세계를 어떤 신념과 연결시켜 교술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많은 이의 영혼을 꾀기도 한다. 최근 마야의 달력으로 예시된 실체 없는 종말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는데, 그것 역시 저쪽 세계에 대한 이쪽 세계의 무례에서 나온 것이리라.
김도언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