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부차기 징크스'는 유명하다. 월드컵과 유로 본선에서 치른 7번의 승부차기에서 6번이나 고배를 들었다. '축구 종가'가 주요 국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치켜 들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로이 호지슨 감독이 고질적인'승부차기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이색 아이디어를 제안해 눈길을 끈다. 실전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선수들을 '강심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호지슨 감독은 스포츠전문케이블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친선경기에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상대의 양해 하에 승부차기를 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실전에서 심리적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 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실제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해보는 것과 훈련 중에 하는 것은 차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겪을 수 있는 승부차기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야구장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 과녁을 쏘며 담력을 키우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아이디어다.
잉글랜드 축구의 '승부차기 잔혹사'를 돌아보면 호지슨 감독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잉글랜드 축구의 분루 뒤에는 항상 승부차기가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는 서독에 3-4로 패배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996년 자국에서 열린 유로 본선 8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었지만 준결승에서 독일을 만나 5-6으로 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아르헨티나, 유로 2004 8강전과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는 거푸 포르투갈에 무릎을 꿇었다.
호지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유로 2012 8강전에서는 이탈리아에 졌고, 같은 해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는 52년 만에 결성한 영국 단일팀이 '홍명보호'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다.
그러나 호지슨 감독은 본선에서의 승부차기 불운을 걱정하기에 앞서 유럽 지역 예선 통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된 폴란드, 우크라이나와 비기며 2승2무(승점 8)로 몬테네그로(3승1무ㆍ승점 10)에 뒤져 H조 2위에 머무르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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