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판매할 계획이라는 의향서를 의회에 통보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가 글로벌호크 구입을 추진한 지 8년 만에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이 2015년 환수되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대북 영상정보의 독자적인 획득 필요성이 증대된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 정부 시절 글로벌호크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미국의 첨단무기 수출제한 조치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랬던 미국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요가 줄어 형편이 어려워진 미국 내 군수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2009년 우리 정부와 접촉했을 때 제시했던 4,500억 원보다 가격을 3배(1조3,000억 원)나 높인 게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우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글로벌호크를 도입할 만큼 충분한 가치와 효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미 국방부조차 가격이 비싸 기존의 U-2 기종을 계속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마당이다. 개발 과정에서 잦은 고장 등 불안정한 능력을 보여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 안보 현실에 비춰 성능이 지나치게 높다는 견해도 있다.
고가의 무기 도입은 철저히 실리 위주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글로벌호크 도입이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가격은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다른 기종과의 경쟁입찰 방식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고민해야 하며,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국산 중고도 정찰기를 개발하거나 다른 무인정찰기로 대체할 수는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일부에선 지난번 한미 미사일 협상에서 미사일사거리 연장의 대가로 글로벌호크 구입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욱 신중하고 투명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자주국방과 국방현대화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혈세로 무턱대고 고가의 무기를 미국 눈치 봐가며 구매하길 바라는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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