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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중)화이트 스페이스를 뚫어라

입력
2012.12.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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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필름으로 잘 알려진 후지필름은 필름과 카메라 등 기존 주력 사업이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2007년 새로운 분야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필름회사가 왜 치열한 화장품 시장을 선택 했을까.

언뜻 보면 필름회사와 화장품 사이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여기엔 ‘노화’라는 공통점이 숨어있다. 필름과 피부의 주 성분이 콜라겐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 기존 필름 사업에서 축적한 콜라겐 등 소재기술과 나노기술, 광학기술, 항산화기술을 기반으로 노화방지 화장품 브랜드‘아스타리프트’를 개발하고, 여기에 ‘후지’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25~35세 여성을 주 고객으로 확보하며 지난해 일본시장에서만 10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제 화장품, 건강과 관련된 매출이 40%에 이른다. 후지필름의 화장품은 지난해 동남아시아에 이어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권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시대는 끝났다. 똑 같은 필름회사인데도 후지는 화장품 등 새로운 사업화를 통해 생존할 수 있었던 반면 코닥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의 사례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발굴한 성공사례다. 장기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들도 이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됐다.

하지만 무작정 새 영역에 뛰어들 수는 없는 법. 전문가들은 전혀 새롭고 획기적인 신사업이 아니라, 후지필름처럼 익숙한 본업에 보다 세밀하게 접근함으로써 무심코 놓쳐왔던 분야를 발굴해내는 ‘화이트 스페이스(빈 공간·White space)’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도, 기존 본업을 활용하며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공략해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3~4인 가구가 ‘주류소비층’이라면 ‘1인 가구’는 분명 ‘비주류소비층’이다. 하지만 핵가족화의 진전으로 1인 가구 비중(24%)은 크게 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산업들도 급신장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인용 상품들이 대표적 수혜업종이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57.3%로 4년 연속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새로 출시한 소포장 곡류와 반찬, 가정간편식, 미니와인의 판매도 증가추세에 있다. 가구업체들도 싱글용 가구의 비중을 20~30%까지 늘리고 있는데, 한샘은 지난해 1인용 가구 샘시리즈를 온라인에서만 팔아 115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8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한샘과 에넥스 등은 낮에는 책상으로 밤에는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 침대, 1인용 소파 등을 내놓고 있다.

33조원 규모의 고령자 시장도 대형 ‘비주류’시장이다. 아직 국내 실버산업은 초기 단계지만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미부머 세대가 2020년부터 65세 이상 노년층으로 진입하는데 이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오픈마켓 옥션에선 최근 60대 이상 고객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늘었다. 특히 혈압계, 혈당계 등 건강, 실버용품뿐 아니라 등산, 골프, 낚시 등 레저용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는데 다른 연령층보다 1인당 평균 금액이 50%이상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올 들어 길거리 브랜드를 잇따라 입점시켰다. 백화점을 찾지 않았던 고객들까지 새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큰 사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적 한탕주의 대신 지역과 소비집단에서 빈 공간을 발굴하는 화이트 스페이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김민 팀장은 “인구의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꼭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비주류 고객에 주력하며 가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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