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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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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진별

입력
2012.12.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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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에도 큰 별들은 속절없이 졌다. 치열한 삶을 살다간 이들의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은 자들을 일깨웠다. 1인 창무극의 대가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7월9일 79세로 타계한 공옥진 여사를 비롯해 문화 예술 분야에서 남다른 족적을 남긴 별들이 유독 많이 스러졌다.

판소리 명창 공대일 선생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공 여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창을 배우고 10세를 전후해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다. 무용가 최승희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전통 무용에 해학적인 동물 춤을 접목한 ‘1인 창무극’으로 발전시켜 수십년간 서민들과 함께 했다. 198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지병 재발과 교통사고 등으로 힘든 말년을 보낸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도 창무극 계승 염원을 놓지 않았다.

11월 2일 88세로 생을 달리한 연극배우 장민호씨도 큰 흔적을 남겼다. 1946년 조선배우학교 입학으로 연극에 발을 들인 뒤 47년 종교극 ‘모세’의 주연으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생애 마지막 공연이 된 지난해 국립극단의 ‘3월의 눈’까지 200편이 넘는 작품에 주ㆍ조연으로 출연했다. 해방 후 한국 현대연극 1세대로 존경받았다.

여성들로만 꾸려진 출연진, 특이한 분장이 특징인 한국 전통 뮤지컬 여성국극의 스타 조금앵씨도 8월 3일 82세를 일기로 쓸쓸히 하늘로 걸음을 옮겼고,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탤런트 조경환씨도 10월 13일 67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했다.

종교계 거성들도 많이 떨어졌다. 194개국에 신도 300만명을 보유한 종교단체 통일교의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가 9월 3일 92세를 일기로 성화했다. 7월 미국 선교활동을 끝내고 귀국한 뒤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힘썼으며 북한은 특히 민족 화해와 단합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조국통일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앞서 1월 2일엔 서울 정릉 경국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스님도 입적했다. 세수 80세, 법랍 66세. 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였던 자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53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대표적인 학승으로 꼽히던 스님은 91년 사재를 털어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한 뒤 82년부터 불교대백과사전인 을 펴냈다.

도전과 모험, 불도저로 비교되는 재계 오너들도 세월의 물살만은 피해갈 수 없었다. 10월 20일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8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 최초의 LPG 전문회사인 여수에너지를 설립해 국내 중화학공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국내 섬유수출산업을 키우고 면방직 산업을 이끈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이 3월 17일 노환으로 별세했고, 국내 최초의 여성 란제리 브랜드 ‘비너스’를 만들어 60년 가까이 국내 란제리 사업을 견인했던 이운일 신영와코루 회장도 12월 13일 93세를 일기로 이승을 떠났다.

시각 장애인으로 미 백악관 차관보까지 오른 강영우 박사 역시 많은 것을 깨치게 하고 2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중학교 때 축구 공에 맞아 시력을 잃었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등졌을 정도지만 포기하기 않았다. 72년엔 장애인 최초로 국비 유학을 떠나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됐다. 퇴임해선 장애인 인권을 위한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을 창설해 운영했다. 교육계에선 조영식 경희대 설립자와 김희수 전 중앙대 이사장이 각각 91세, 88세로 생을 마감했다.

해외서도 많은 별들이 삶을 끝냈다.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10월1일 95세 일기로 별세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탐구한 등 역사3부작을 포함해 30여권의 저서 남겼다. ‘팝의 여왕’으로 일컬어졌던 미국의 가수 휘트니 휴스턴은 2월 11일 그래미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욕조에 쓰러져 사망했다. 향년 48세. 부검 결과 사인은 코카인 투약에 의한 심장마비.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80~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휴스턴은 그래미상 6회 수상 등의 기록을 세웠으나, 이혼과 음주, 마약중독 등으로 슬럼프를 겪다 생을 마감했다. 80년대 성인영화의 원조로 불렸던 ‘엠마뉴엘 부인’의 실비아 크리스텔도 암투병하다 10월 60세를 일기로 올드팬들 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 우주인들의 죽음도 잇따랐다. 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 지구인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8월 25일 8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앞선 7월 23일엔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가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7월, ?작가이자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이 6월 별세했고, ‘문 리버’의 가수 앤디 윌리엄스가 9월 하늘로 무대를 옮겼다.

프랑스 아래에 있던 알제리와 캄보디아 독립의 상징인 벤 벨라 알제리 초대 대통령,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도 각각 4월과 10월에 별세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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