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뭔가 2% 부족한 것 같다."
이달 초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문 후보는 50%에서 딱 2%포인트 부족한 4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51.6%의 표를 얻어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3.6%포인트였다. 문 후보는 2%만 더 얻었어도 당선될 수 있었다.
2%포인트 부족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자 야권 지지자 상당수가 한숨을 쉬고 있다. "MB정부가 실패한데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50%를 훨씬 넘기 때문에 야권의 집권이 확실하다 "고 믿었던 사람들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좌절을 딛고 일어선 야권 인사들은 "5년 후를 기대하자"면서 '2017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 단위로 보수-진보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2017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노태우-김영삼 보수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권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이어지게 됐다. 같은 세력이 정권을 연속 잡으면 불만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앞으로 5년이란 시간이 있으므로 그 사이에 부족한 2%를 메우기 어렵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하지만 '2%의 강'을 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 구성이 점차 진보세력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이상 유권자가 지난 10년 동안 무려 596만명 늘었는데, 5년 뒤에는 240만명 더 증가한다. 2017년 대선 때는 '안정 속의 변화'를 선호하는 그레이(gray)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45% 수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외연을 확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야권이 5년 뒤에 꿈을 이루려면 대선 레이스 복기를 통해 패인을 진단하고 새 전략을 찾아야 한다. 패인은 우선 '전승불복(戰勝不復)'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승불복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같은 방법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야권은 '후보 단일화'와 '영남 후보'라는 10년 전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을 뿐이다. 2002년 단일화와 영남 후보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드라마처럼 비쳤다. 그러나 이번에 똑 같은 전략을 추진하자 인위적인 정치공학으로 보였을 뿐이다. 게다가 단일화 모양새가 많이 헝클어졌으니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승불복 사례는 또 있다. 야권은 10년 전처럼 편 가르기 프레임을 구사했다. 피아 진영을 적과 동지, 네 편과 내 편으로 가르는 2분법 전략을 썼다. 10년 전 노무현 후보 진영은 상대를 '낡은 정치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자신들을 '새 정치 세력'으로 규정하는 2분법 전략을 구사했다. 야권은 4·11 총선 때부터 이번 대선 때까지 '1% 특권세력 대 99% 서민' '반민주 세력 대 민주 세력' 등으로 편을 가르는 전략을 펴왔다.
물론 문 후보는 대선 과정뿐 아니라 대선 패배 후에도 줄곧 신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문 후보 주변의 상당수 인사들과 일부 진보 논객들은 선동적인 말로 대립을 부추긴 게 사실이다. 편 가르기 프레임은 '갈등의 정치'를 보여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떠올리게 했다.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을 지켜 본 50대들은 변화와 개혁, 복지 확대를 바라면서도 가급적 대립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현재 50대와 향후 50대에 편입될 유권자들은 전후 세대로서 상대를 무조건 '좌파'로 몰아붙이는 극우파의 2분법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외연을 조금이라도 확장하려면 먼저 편 가르기 프레임을 접어야 한다. 또 말로만 개혁을 외칠 게 아니라 실제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5년 뒤에 "2% 부족하다"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