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를 두고 '철통 보안 인사' '깜짝 인사'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인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어지는 파워 게임이나 인사 로비 등의 잡음을 막기 위해서는 인사 과정의 보안이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밀주의 인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극소수 측근들의 인사 정보 왜곡 전달 가능성에 노출돼 있고 사전 검증 부족으로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을 보좌할 신임 비서실장과 대변인들은 25일에도 인수위 후속 인사를 묻는 질문에 "딱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당선인의 별 다른 언급이 없어서 정말 알 수 없다"등의 '전망'만 내놓았다. 앞서 24일 오후 6시 인선을 발표한 이정현 최고위원조차 인선 절차에 대해 "5시 40분에 전화로 내용만 전달 받아 아는 바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박 당선인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인사 명단 유출을 극도로 꺼렸다. 인선 하루 전 비대위원 명단이 보도된 것을 두고 평소답지 않게 "촉새가 나불거려서…"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언짢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가 갖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보안을 중시하는 스타일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측근들 간의 인사권 다툼을 방치할 경우 곳곳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지나친 언론 노출로 인해 선의의 인물이 입을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 당선인이 인선 과정에서 요란을 떨지 않고 내부 통제를 하는 건 제대로 맥을 짚은 것"이라며 "오히려 인사에 자신이 없어서 언론 플레이를 해왔던 과거 관행이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사가 지나치게 폐쇄주의로 치달을 경우 인재풀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다양한 채널로 의견을 듣지 못한다면 일반 여론과는 동떨어진 사람이 주요직에 진입할 수 있다. 대통령학을 전공한 최진 경기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인사권을 둘러싼 파워 게임이나 인사 로비를 막을 수 있는 반면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 문제가 드러나면 여론이 갑자기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판석 연세대 교수는 "대탕평 인사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바탕 위에서 해야 하는데 당선인이 주변 몇 사람 이야기만 들으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인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인사'는 언론 등을 통한 사전 검증이 부실해질 소지를 늘 안고 있다. 지난 2월 허위 학력 사실이 드러나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에서 사퇴한 진영아씨가 대표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인사에서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라며 "대선 수개월 전에 인수팀을 꾸리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인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므로 인사 과정이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인사 과정에서 적어도 알아야 할 사람들과는 소통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인수위 구성과 조각 과정에선 보안은 유지하면서도 인사 커뮤니티를 통해 신중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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