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여자체조의 '양학선'이 대구에 등장했다. '한국여자체조의 미래' 성지혜(16ㆍ대구체고1년ㆍ사진) 선수가 지난 10월 대구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전에서 여고부 5관왕을 차지, MVP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엔 중국 푸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종합 은메달을 차지했다.
성 선수는 한국선수로는 드물게 평균대 마루 뜀틀 이단평행봉 4종목을 골고루 잘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유명하다. 지난 체전에서 개인종합과 마루, 뜀틀, 이단평행봉, 단체전 5관왕을 할 정도로 두루 잘 한다.
성 양이 체조를 시작한 것은 초등 1학년 때부터. 당시 대구체육회 관계자의 눈에 띄어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체조를 배웠고, 타고난 집중력과 끈기로 전국소년체전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성 양의 끈기와 집중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트레이드마크다. 어릴 적부터 성 선수를 돌봐 온 보육원 관계자는 "밤 10시부터 레고 맞추기를 시작하면 다음날 새벽 4시, 5시까지 완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 같은 집념이 오늘의 성 선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한국 여자체조의 샛별로 등장했지만 성 선수는 '러닝맨'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꿈은 야무지다. 훌륭한 체육지도자가 되고, 건축가도 하고 싶은 욕심쟁이다. 당장은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꿈은 보육원(새볕원) 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스타가 되면 어려운 선수들을 돕겠다'고 하는데, 전 유명해지지 않아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어른스레 말했다.
이 같은 성 선수에 대해 대성에너지는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향후 2년간 매달 100만원씩 후원키로 했다. 주요세계대회 입상 시 국위선양 정도에 따라 최고 3,000만원까지 특별격려금도 지원키로 했다.
성 선수가 있기까지에는 최은규(54ㆍ사진) 새볕원 원장이 있었다. 새볕원은 다른 보육원과 달리 협동심과 인내심,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스포츠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최 원장은 "오래 전부터 축구를 육성했는데, 점차 원생이 줄면서 축구단 유지가 어려워 비용이 적게 들면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체조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인근 태전초등학교는 새볕원 체조선수들 때문에 교기를 체조로 바꿨고, 새볕원생 중 체조선수는 10명이나 된다.
최 원장은 "지혜는 공부도 잘했고, 피아노도 잘 쳤다. 그래서 체조를 시작 할 때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혜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주고, 학업도 소홀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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