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아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게 꿈 입니다."
청각장애 때문에 20년 넘게 단 한번도 음악을 듣지 못했지만 수준급 댄스 실력으로 이를 당당히 극복해 주목 받았던 스포츠댄서 김보람(24)씨가 이번엔 보험회사 네일아티스트로 변신했다.
2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김씨는 7월 공단에서 실시한 '청각 여성장애인 서비스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에 참여, 네일아트 자격증을 딴 뒤 최근 신한생명에 취업했다.
그는 스피커에 손을 대 진동으로 박자를 느끼는 식으로 스포츠댄스를 익혔다. 이런 열정은장애인전국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 비장애인들과 경쟁한 전국대회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하는 밑거름이 됐다. 2008년에는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포츠댄스를 직접 선보였는데, 이게 '기적의 댄스'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네일아티스트 변신은 공단의'네일아트 직업교육과정 모집'공고를 본 어머니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김씨는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직업을 네일아티스트로 결정했다. 손재주가 탁월하고 적성에도 맞은 이유에서다. 김씨는 "장애인도 스포츠댄스를 출 수 있다는 것을 사회에 보여준 것처럼 이제 네일아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하루에 담당하는 고객은 6명 정도. 1시간에 한 명 꼴로 예약을 받아 네일아트 서비스를 한다. 김씨 자리엔 '말씀하실 땐 얼굴을 보고 말씀해주세요. 그래야 입모양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필담도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공단 관계자는"김씨가 세심한 성격이라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신한생명 측은 지금은 고객 대부분이 직원들이지만 입소문이 나면 일반 고객들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각 여성장애인 서비스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은 청각장애인들이 시각적 능력이 뛰어난 점에 착안했다. 직업훈련과 적합 직종을 개발해 만든 사업으로, 네일아트 분야는 김씨를 포함해 7명이 참여했다.
이성규 공단 이사장은 "김씨 같은 고용 사례가 청각 중증장애인이 서비스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앞으로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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