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판매키로 의회에 통보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라 고고도 무인정찰기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호크의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의회에 제시한 4기의 글로벌 호크와 부품, 교육훈련, 군수 지원 등을 포함한 가격은 12억달러(1조3,000여억원). 2009년 우리 방위사업청이 구매요청서(LOR)를 보낸 후 미 공군으로부터 받은 1세트(4대) 가격인 4억4,200만달러(4,500여억원)에 비해 2.7배나 비싸다. 지난해 7월에는 8억9,900만달러(9,400여억원)를 제시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 측은 한국 판매용 비행체 개조비와 성능개량비, 기술 현대화비 등이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방위사업청은 가격 협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에다 미 정부도 장비가격이나 운용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글로벌 호크를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올 1월 국방부 삭감 대상에 글로벌 호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후 미 국방부는 RQ-40 블록 30형 글로벌 호크의 운용을 종료하고 대신 냉전시대에 사용하던 구 기종인 U-2 정찰기를 연장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13년 국방예산에서 글로벌 호크 관련 예산을 제외시켰으나 미 의회가 이달 21일 국방수권법안에서 글로벌 호크 예산을 재배정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 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글로벌 호크의 해외판매 등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구매승인 지연에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비슷한 성능을 가진 글로벌 옵서버나 팬텀아이 등 경쟁기종 도입 등 다각적인 대안마련도 검토해왔다. 지난 10월 저고도 무인정찰기만 개발이 가능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의 개정으로 중고도 이상 무인정찰기 개발도 가능해짐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자체 개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 측이 요구하는 글로벌 호크 가격이면 고도 10km 이상대의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며 "우리 기술력으로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합동참모회의에서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전장 감시기반을 확보하고 북한 후방지역까지 감시ㆍ정찰을 위해서는 고고도 무인정찰기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2006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국방대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서 대상 기종에 대한 선행 연구를 실시해 글로벌 호크를 대상 장비로 결정했고 지난해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정부간 계약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2015년 이전 구매하는 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의결했다. 2015년 말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군에 귀속되면 한반도 전역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글로벌 호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나토가 블록 40형을 구매하면서 17억달러(1조9,000억여원)을 지불했고 일본도 블록 40형을 구매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호크가 최고의 성능을 가진 이상 최신 기종인 블록 40형으로 보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양측 가격이 절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