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신규 주식투자자의 절반 가량이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증권사들 입장에선 아직 공짜 고객이 20%나 되는데다 전산장애도 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거래대금 기준 신규 주식투자자의 MTS 사용비중이 48%로 절반에 육박했다. 작년 1월(21%)의 두 배를 웃돈다. 전체 거래량 중 MTS 비율은 올 들어 15%가량으로 역시 작년(8.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라간 반면, 기존 주식거래단말기(HTS) 비중은 3년 연속 줄고 있다. '앉아서 하던'(HTS) 주식거래가 '걸어 다니는'(MTS)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MTS가 대세로 굳어지자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MTS시장 선점을 위해 1년간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주는가 하면, 스마트폰 단말기 구입비 및 통신비 지원 등 각종 서비스와 이벤트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당 경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역(逆)마진을 감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각 증권사들이 보유한 현 MTS 고객 10명 중 2명은 무료 이용자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MTS가 증권사 수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MTS로 돈을 벌고 있는 증권사는 키움증권이 거의 유일하다. 키움의 MTS 점유율은 30%대로, 2위 미래에셋증권(19.1%)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MTS 시장 초기인 2010년부터 공을 들였고, 지점 없이 HTS와 동일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키움의 MTS 고객 중 무료 혜택을 받는 사용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키움 관계자는 "HTS와 동일한 수수료(0.015%)를 적용 중인 MTS가 전체 수수료 수익의 19%를 점한다"고 설명했다.
MTS시장에서 키움의 입김이 너무 세다 보니 후발주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고객을 늘려 점유율을 높여야 하지만 당장은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량 급감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 출혈 경쟁을 계속 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자칫 공짜 고객만 잔뜩 늘려놓고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는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미래에셋의 경우 한때 키움과 자웅을 겨뤘지만 신용공여를 중단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MTS의 보안문제와 전산장애도 풀어야 할 숙제다. HTS와 달리 보안 관련 강제규정 없이 가이드라인만 제시된 상태인데다, 보안을 강화할수록 편리성이나 속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더구나 전산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MTS 사용 비중이 늘면서 로그인 지연, 접속오류, 매매도중 끊김 현상 등 전산장애 관련 분쟁(2010년 394건→지난해 459건)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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