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용수는 긴 팔과 다리 같은 신체 조건은 물론, 화려한 비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발끝에 몸을 의지하는 동작은 해부학적으로도 매우 불편한 자세라 일반인은 사실상 수행하기가 불가능하지만 무용수들은 매일 이런 동작을 반복한다. 때문에 무용수들에게 족부 질환은 숙명과 같은 존재다. EBS가 26, 27일 밤 10시 45분 방송하는 '극한 직업'은 매일 똑같은 연습을 반복해도 단 하루도 똑같은 삶을 산 적이 없다고 말하는 무대 위의 진정한 별, 무용수들을 만나본다.
연말을 맞아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준비하는 한 발레단. 단원 70여명은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1시간 가량 기본 수업을 통해 동작을 충분히 연습한 후에야 본격적인 리허설이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리프트 동작을 계속 실패하자 남녀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보다 못한 예술 감독은 결국 음악을 멈추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요령도 통하지 않는다.
드디어 막을 연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 1시간 전 무용수들은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하면서 공연 준비에 바쁘다. 그런데 한 발레리나가 한쪽 구석에서 약을 챙겨 먹고 있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통제로 통증을 잊기 위한 것이다. 발레리나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로 들어오자마자 쓰러지지만 공연을 마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다시 연습이다. 그들은 "온갖 통증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도 무대 위 환희의 순간을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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