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인사를 단행했다. '깜짝 발표'에 인선 배경이나 절차 등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고, 측근이나 여당 내 친박계 인물을 밀쳐두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놀라움을 던졌다.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을 발탁하고, 당선인 대변인 겸 인수위 대변인으로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과 조윤선 전 의원을 나란히 기용한 것은 인물도 무난하거니와 대통합ㆍ탕평의 출발점인 여당 내 화합을 위한 고심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당선인 수석대변인 겸 인수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데 이르러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를 '분열주의 선동가'로 규정한 야당의 주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으로 분류되고 마는 한국적 이념 지형에서 보수 논객으로 이름을 알려온 그의 이념ㆍ노선도 직접적 문제일 수는 없다. 다만 수많은 보수 논객 가운데서도 거칠고 자극적 언사를 통해 굳어진 그의 강경하고 모난 이미지는 통합ㆍ탕평 인사의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다.
우리는 대탕평 인사가 출신 지역과 계층, 세대의 고른 안배라는 형식 요건의 충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비슷한 자질이면 특정 지역에 인선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억지로 숫자를 맞추려 역량과 자질에 대한 잣대까지 조정할 필요는 없다. 가령 같은 영ㆍ호남 출신을 섞더라도 되도록 지역 성향이 흐릿한 사람을 고르지 않고서는 아무리 고루 섞어도 지역화합은 기대난이다. 그 잣대가 무엇이건, 특정 색채가 지나친 사람은 피하는 게 낫다.
특별히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나아가 청와대의 '입'은 특별히 둥글고 부드러워야 한다. 과거 국민 대중과의 소통에 가장 뛰어날 것이라던 참여정부가 고집불통으로 끝난 것도 그냥 해도 될 말에 애써 날을 세운 정권의 '입' 영향이 컸다. 같은 말도 단어와 표현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박 당선인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톡톡히 경험했지 않은가. 본격적 인수위 인사에서 모나지 않고 국민 일반의 균형감각을 흔들지 않을 사람들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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