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26일 총리에 취임한다.
아베 총재는 이날 특별의회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내각 총사퇴를 선언한 뒤 총리지명 선거를 통해 96대 총리에 오른다. 총리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 정당이 지명하는 총리 후보들을 놓고 투표를 실시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후보가 된다. 민주당이 제1당인 참의원에서는 아베 총재가 총리로 뽑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아베 총재가 총리직을 맡게 된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출범한 노다 내각은 482일 만에 막을 내린다.
아베 총재는 총선 당시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명)의 날 정부행사 격상 등 보수우익 성향을 공약을 내걸어 당선 후 주변국가와의 마찰이 예상됐다. 하지만 연립정당인 공명당과 합쳐 중의원 의석 3분의 2를 넘는 325석을 확보, 안정적인 정치기반을 다졌다고 판단한 아베 총재는 당분간 일본의 경기부양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이 자민당을 선택한 것도 아베 총재가 내건 무제한 금융완화와 재정동원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 등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아베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엔(127조여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일본은행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기존 1%에서 2%로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내달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인플레 목표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행 법을 고쳐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아베 총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에게 내각 2인자인 부총리직과 함께 재무ㆍ금융장관을 겸임시킬 예정이다. 경제재정ㆍ경제재생 담당 장관은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산업장관을 낙점했다. 지명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들을 경제 관련 수장에 임명, 아베 정권의 경제 회생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아베 총재는 민주당 정권이 외교 안보에서 미국과의 동맹이 흔들려 한국, 중국과의 마찰이 심화했다고 판단,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외무장관에 오키나와 후텐마기지 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국회대책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이런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근린제국조항폐지 등 왜곡된 역사교과서 검정 공약을 주도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관방부장관을 문부과학장관에 내정, 주변국과의 마찰의 불씨를 남겼다.
3년3개월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노다 총리의 당대표 사임에 따라 이날 대표 경선을 통해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전 경제산업장관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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