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힘겹고, 상처 받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일까. 향기를 통해 정서적 힐링과 감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향기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향수코너는 물론이고 생활용품, 식품, 자동차 매장에 이르기까지 향기를 앞세운 마케팅이 활발하다.
LG생활건강이 지난달 프랑스 향료회사 샤라보의 수석 조향사인 장 마리 산탄토니가 개발한 향을 담아 출시한 '엘라스틴 퍼퓸 샴푸'는 2주만에 3만개 이상 팔렸다. 배우 김태희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향을 담아 '김태희 샴푸'로도 불리는데, 향수처럼 은은한 잔향이 일반 제품보다 오랫동안 지속돼 샴푸만으로도 기분 전환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애경은 지난 5월 5만세트 한정판으로 내놓은'케라시스 퍼퓸 샴푸·린스'가 매진되며 인기를 끌자, 이달 초 정규 상품으로 내놓았다. 향수의 발향단계를 적용해 머리카락에 향수를 뿌린 것처럼 4,5시간 향이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12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발효유 세븐(7even)은 허브의 일종인 엘더플라워 향과 추출물을 넣어 향기를 강조한 식품. 꽃 향기로 인해 청량감과 상쾌한 맛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루 평균 30만개씩 팔리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고가 화장품과 가방, 의류 판매가 부진한 반면 30만~50만원대 고가 향수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고가 향수 브랜드 '조말론 런던' '아닉구딸' 등의 선전으로 고급 향수 매출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었다.
향기 마케팅은 백화점이나 음식점을 넘어 자동차 매장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세계적인 고급 향수 브랜드인 이탈리아의 밀레피오리와 제휴, 출시 행사장에 향수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차량용 향수 증정 등을 포함한 공동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세계 3대 향수 제조업체인 피미니시와 협업해 전시장 전용 향수인 챠밍 블루를 제작해 전 직영점 전시장에 비치하기도 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힐링을 추구하는 이들을 겨냥한 향기 상품이나 마케팅이 업종을 불문하고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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