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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탕평인사,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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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탕평인사, 어떻게 해야 하나

입력
2012.12.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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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곧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탕평 인사' 여부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위 멤버 상당수가 새 정부나 청와대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 일종의 '예비내각'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박 당선인이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대탕평 인사로 끊겠다고 천명한 때문이다. 그는 당선 다음날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인재를 고루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역대 정권도 정부 출범 직전 탕평 인사를 호언장담했지만 대부분 공언(空言)으로 막을 내렸다. 지연과 학연에 얽매인 인사, 측근 챙기기 인사 등으로 새 정권의 조각(組閣)은 번번이 실패작이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가 단적인 예다. 정부 초기 인사 실패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국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져오는 등 정권의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 박 당선인의 탕평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탕평 인사 성공을 위한 제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과거 모든 정부가 탕평ㆍ화합인사를 약속했으나 모두 '망사'로 끝났다"며 "대탕평 인사의 출발은 박 당선인이 공신들에게서 시선을 거둬 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갈등은 대통합을 이룰 수 없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며 "국민 다수의 희망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를 원칙 삼아 대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공신들 보은인사 의무감 떨쳐야 준법·원칙 바탕 적재적소 등용이 해법"● 박찬종 변호사당선 인 첫 인사 실망·걱정부터… 역대 정권의 자충수 거울 삼길부패·발호 가능성 꼼꼼히 체크

성탄절 전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임명했다. 당선인이 단행한 첫 인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걱정도 앞선다. 이런 인사로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며 어떻게 새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대탕평인사를 통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그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도 하나같이 화합을 이야기했고, 탕평인사를 통해 이를 구현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의 인사는 '망사'였다. 코드인사,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ㆍ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 비근한 예다. 결국 공신들을 기용한 인사였고, 다수 국민의 의중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리하여 실패한 인사는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들은 그 아래서 반목하고 분열했다.

왜 모두 실패했는가. 우리와 비슷한 대통령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대선 때 통합인사, 화합인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 미국 선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선거운동에서는 기획, 홍보 등 일체의 선거 업무를 정치컨설팅 회사에서 도맡아 한다. '오늘은 여기에 가고 내일은 저기 가서 누구를 만나며, 이런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후보의 모든 스케줄이 정치컨설팅 회사 몫이다. 선거가 이렇게 치러지다 보니 '네가 나의 당선에 공을 세웠으니 자리 하나 주겠다'는 식의 보은인사가 있을 수가 없다. 정치 경력이라곤 조지아주 주지사 한번 지냈을 뿐이던 지미 카터가 자연인으로 쉬고 있던 와중에도 단박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컨설팅회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회사 직원들이 무슨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도 수 차례의 대선 이후 각계 각층에서 선거과정에서 진 빚은 잊어야 한다는 주문이 매번 있었지만 당선인들은 실천하지 못했다. 폴리페서, 광역ㆍ지역의원 등이 떼로 달려들어 아비규환으로 선거를 치르고 난 뒤에 보은인사는 불가피했고, 화합인사 통합인사는 구호에 그쳤다. 박근혜 당선인도 논공행상을 통해 고락을 함께한 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 의무감 또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적지 않은 자리를 공신들이 결국 차지할 것이고, 각 지역과 각 당파에서 고르게 인재를 등용하는 데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탕탕평평'에 근접한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첫째도 둘째도 준법 인사가 답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에 실망과 우려를 표시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 구성원으로서 자율권을 행사해 대통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이 같은 원칙을 모를 리 없는 당선인이 현직 의원인 유일호씨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헌법 정신을 짓밟으면서 새 정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코미디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100명 넘는 여당 의원들이 장관을 하기 위해 덤비는 바람에 비판기능은 무너지지 않았던가. 박 당선인의 첫 인사는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도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은 의원직에서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공신 의원들이 목을 빼고 기웃거리지 않는다. 극단의 사고와 옹졸함으로 화합을 저해하고,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윤창중씨를 수석대변인 자리에 앉힌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준법 인사 다음에 대탕평인사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원칙 있는 인사다. 국민을 위해 일할 인물을 정하는 데 있어서의 원칙은 적임자를 적소에 쓰는 것 말고 달리 없다. 여기에 더해 발호할 가능성이 없는 자, 권력 옆에서 부패할 가능성이 없는 자를 가려 쓰겠단 의지를 갖췄다면 자연스럽게 당파와 지역을 초월한 인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탕평인사는 물흐르듯이 이뤄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쓸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국민을 염두에 두고 찾노라면 아무리 멀리 있는 인물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게 된다. 눈과 귀가 공신들에 쏠려 있으니 적임자를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보혁 이분법적 이념의 틀에서 탈피 합리적 보수 지향 '제3의길' 모색 필요"●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극단적 위치에 선 세력은 배제… 2030·호남 끌어안는 자세로성장·복지 균형 갖춘 인사 중용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과정 내내 국민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이념, 지역, 세대, 성별을 넘어 선 대탕평인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인이 공감하는 대탕평인사를 실제로 행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국민대통합을 위한 성공적인 대탕평인사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그 동안 한국정치에 있어서 갈등구조를 심화시켜 왔던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이념적 틀로는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과감히 기존의 보수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한국 보수의 '제3의 길'이 필요하다. 진보좌파정당인 영국 노동당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제3의 길'을 선택하여 집권에 성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해냈다. 한국의 보수정권도 남북화해, 친서민 민생정치, 2030세대 영입, 호남 인사 중용과 호남 배려 정책을 통해 '제3의 길'을 선택해야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 보수의 좌클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개혁을 통해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지켜내고 국민 다수의 희망과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대탕평인사는 이러한 '합리적 보수'의 기치를 대원칙으로 삼아 대탕평인사를 실시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인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인물의 능력, 인성, 청렴성이라는 주요 자질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충족되고 난 뒤 이념, 지역, 계층, 세대를 고려한 균형 있는 대탕평인사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대탕평인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치이념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정치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극단에 위치한 세력들은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확고한 국가정체성과 국가안보관을 갖고 있고, 주변 4강 외교에서 보다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고, 대북문제에 있어서 보다 균형감을 가진 인사들을 중용하여야할 것이다.

둘째,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중 전남 순천에 들러 '호남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호남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영호남 간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화해를 의미한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최대의 피해자이며 아직 그 상처를 깊이 갖고 있는 호남에 대한 인사적, 정책적 배려는 박 당선인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반드시 풀어야하는 중차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호남 출신의 인사를 중용할 때, 무늬만 호남인 사람이 아니라, 호남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호남의 아픔을 잘 아는 호남의 대표적인 인사를 발탁해야만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셋째,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성장과 복지 사이에 균형적인 감각을 가진 인사들을 중용해야 할 것이다. 민생안정, 골목상권 보호,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70% 중산층'을 위해서는 성장 못지않게 재분배의 정책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세대간 선거 균열도 현저히 나타났다. 이러한 세대간 균열과 갈등이 구조화 되기 전에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대책들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30세대들이 안고 있는 반값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유능한 청년 정치지도자를 발굴하고 충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박 당선인이 내 놓은 공약들 중에서 많은 것들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따라서 야당과 야권 지도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여야한다. 박 당선인이 제안한 '여야지도자 연석회의'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탕평인사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지 그 자체가 완성이 아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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