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성폭행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도주했던 노영대(32)씨가 25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잡혔다. 경찰은 노씨가 수도권 각지에서 잇달아 출몰했는데도 5일 만에야 뒤늦게 검거, 허술한 피의자 관리는 물론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고도 부실 추적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거 당시 상황
노씨를 놓쳤던 경기 일산경찰서는 25일 오후 4시25분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K오피스텔 4층에 숨어 있던 노씨를 검거했다. 이 오피스텔은 노씨의 교도소 동기가 제공한 것으로, 도주 다음달인 21일 노씨가 투숙했던 모텔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노씨는 오피스텔에 혼자 있었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격렬하게 저항하며 격투를 벌인 끝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노씨는 왼쪽 손목에 수갑 두 개를 겹쳐서 차고 있었다.
경찰은 그동안 전과 9범인 노씨가 대부분의 범죄를 저지른 안산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곳에 거주하는 노씨의 지인들을 추적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밤부터 오피스텔 근처에서 잠복하다 이날 오후 오피스텔 내부의 인기척을 느끼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이후 행적
이날 오후 6시쯤 일산경찰서로 압송된 노씨는 도주 당시와 달리 머리를 깎은 상태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맨발로 검정색 슬리퍼를 신었다. 그의 머리와 안면에는 검거 당시 경찰과의 격투로 생긴 듯 긁히고 피맺힌 상처가 가득했다.
노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40분쯤 일산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지하 1층 강력팀으로 이동하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 그는 지난 11일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17일 구속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달아난 노씨는 21일 오전 지인에게 현금 20만원을 받아 안산의 모텔에 투숙했고, 대형마트에서 등산화도 구입했다. 이어 23일 오후 인천 남구 주안동에 나타나 다시 돈을 준 지인에게 두 차례 공중전화를 걸었지만, 당시 출동한 경찰은 검거에 실패했다.
인천에 있던 노씨는 다시 택시를 이용해 안산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경찰청은 노씨가 주안역에서 택시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노씨가 일산경찰서에서 도주한 경위, 도주 이후의 정확한 행적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도주 과정에서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은신처를 제공한 지인에 대해서도 수사 후 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비판 잇달아
피의자를 경찰서에서 놓친 경찰은 추적 과정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노씨가 수갑 한 쪽을 도주 직후 푼 사실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초동 수사부터 실패했다.
경찰은 노씨가 도주한 뒤 3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일산경찰서 맞은편 오피스텔의 CCTV를 확인하고 오른쪽 수갑이 풀린 사실을 알았다. 노씨를 바로 뒤에서 쫓아간 경찰이 노씨가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고했다면 초기 경찰서 주변 건물 등에만 수사력을 집중하는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찰은 도주 3시간 30분 만인 20일 오후 11시7분쯤에서야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이렇게 경찰이 허둥대는 동안 노씨는 이미 도주 다음날인 21일 안산의 모텔에 있었다.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했고 도주 직후 이미 수갑을 풀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추적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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