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매우 정치적이었다. 이제 선거 과정에서의 정치적 행위가 가져올 부정적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람은 문용린 교육감이다. 문 교육감만 특히 정치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어찌됐든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 문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 교육감은 전교조와 학생인권조례, 특히 이 두 개 사항에 대해 매우 정치적으로 접근했다.
선거공학적으로만 본다면 문 교육감이 전교조위원장 출신의 이수호 후보를 이기기 위해 전교조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전교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유권자가 수적으로 훨씬 많은 상황에서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전교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순간 전교조에 대한 비판은 상당부분 과장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 교육감의 주장만 보면 전교조 교사들은 오로지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는 나쁜 교사일 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사실인가. 전교조가 초기의 참교육 정신을 많이 잃은 것으로 비춰져 상당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전교조 교사들의 상당수가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인가.
물론 전교조에 대한 문 교육감의 실제 생각은 선거 때에 보인 모습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실제로는 상당히 균형 잡힌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교조 교사들이 문 교육감에게서 받았던 심한 모멸감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전교조 교사는 문 교육감에게 상당히 큰 분노의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문 교육감은 물론 우리 교육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엄한 규율과 규제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옹호하는 유권자가 상당히 많다. 이런 점에서 문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선거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균형감이다. 문 교육감은 선거과정에서 학교의 문제점을 과도하게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렸다. 그의 주장만을 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다른 지역의 학교는 멀쩡한데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의 학교만 망가진 것처럼 느껴지고,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에 우리교육은 말짱 했는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바람에 학교가 망가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물론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들이 더 많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상당수 학생들에게 규율을 어기고 방만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가 가져온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해야 한다.
하지만 균형을 상실한 과도한 비판은 학교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상당수 학교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합리적 내용마저 폐기하려 할지 모른다. 예컨대 문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에 힘을 얻어 두발규제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행위들이 다시 옛날처럼 부활할지 모른다.
물론 문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가진 진짜 생각은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교현장에 전달되는 실제 메시지다. 문 교육감의 속마음이 어떻든, 학교현장에 전달된 실제 메시지는 문 교육감이 선거 때 내뱉은 정치적 발언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문 교육감이 진짜 원하는 것은 학생인권조례의 부정적 측면만을 개선하는 것이겠지만, 문 교육감으로 인해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은 힘을 잃어가던 시대착오적 행위들이 다시 힘을 얻어 부활하는 것일 수 있다.
문 교육감이 이러한 부정적 가능성들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기정 서울북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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