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이 불어나는 속도가 전세가구 소득 증가세보다 2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이 버거워 금융권에서 빚을 지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악순환 탓에 평범한 직장인은 내집 마련은커녕 서울에서 30평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는데도 5~7년 동안의 월급을 꼬박 모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25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합동으로 내놓은 '2012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3월 평균 3,908만원이던 전세가구의 경상소득은 올해 3월 4,380만원으로 12.0% 늘었다.
하지만 전세금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올해 전세가구가 부담한 가구당 전세금은 평균 9,274만원으로 2년 전(7,496만원)보다 23.7%나 뛰었다. 전세난에 저금리 기조까지 겹친 탓에 월세보증금도 2010년 가구당 평균 1,127만원에서 올해 1,311만원으로 16.2% 올랐다.
전ㆍ월세 보증금 부담이 커지다 보니 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0년 2,057만원, 2011년 2,051만원으로 비슷하던 부채보유 가구당 전세보증금 대출액(담보대출+신용대출)이 올해는 2,795만원으로 치솟았다. 월세 가구의 대출 중 6.7%는 부채 상환용이었다.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하는 기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부동산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가 국민은행이 발표한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전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14일 기준 서울 소재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829만원, 전용면적 84㎡(30평)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시세는 2억4,893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중 3인 이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2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하더라도 서울에서 84㎡ 아파트 전세금을 구하는 데 4.9년이 걸리는 셈이다. 올해 전세 급등세가 심했던 서초구는 한술 더 떠 30평 아파트 전셋값(평균3억7,785만원)을 모으는 데 7.4년이 걸렸고 강남(3억7,289만원, 7.3년)도 만만치 않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세물량 부족과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 매수가 가능한 수요자도 전세로 눌러앉는 바람에 전셋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입주물량은 줄어들고 시장회복 기대는 어려운 만큼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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