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미프로풋볼리그(NFL)의 대표적인 약체다. 2000년 이후 11년 내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오래간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섰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1991 시즌 이후 포스트 시즌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다시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정규리그 한 경기를 남겨 놓은 25일(한국시간) 현재 4승11패로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16개 팀 가운데 꼴찌에 처져 있다. 정규리그 7연패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이런 꼴찌 팀의 마지막 경기라면 팬과 언론의 관심사 밖에 머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 NFL 팬들은 31일 포드필드에서 열리는 시카고 베어스와 디트로이트의 정규리그 피날레 경기를 주목하고 있다.
NFL의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괴물 와이드 리시버'캘빈 존슨 주니어(27)의 존재 때문이다. 와이드 리시버는 쿼터백이 던지는 패스를 잡아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공격진의 핵심 포지션이다. 은퇴한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가 이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존슨은 올 시즌 NFL 역사상 와이드 리시버로는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그는 15경기에서 117번의 패스를 잡아내며 1,892야드를 전진, 전설적인 와이드 리시버 제리 라이스가 1995 시즌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시절 수립한 한 시즌 최다 리시빙 야드 기록(1,871야드)을 17년 만에 경신했다.
이제 관심은 존슨이 사상 최초로 2,000야드 패스 리시빙이라는 신기원을 열 수 있을지에 쏠린다. 시카고전에서 108야드만 추가하면 NFL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남기게 된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는 11월5일 잭슨빌 재규어스전(31-14)을 시작으로 8경기 연속 100야드 이상의 패스 리시빙을 기록했다. 역시 NFL 신기록이다. 이 기간 동안 최소 전진 기록은 지난 10일 그린베이 패커스전(20-24)에서의 118야드. 제리 라이스의 신기록을 경신한 지난 23일 애틀랜타 팰컨스전(18-31)에서는 무려 225야드 패스 리시빙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NFL에서는 경기 당 100야드, 시즌 1,000야드 패스 리시빙을 기록하면 특급 선수로 평가된다. 팀의 부진으로 가치가 반감될 수 밖에 없지만 존슨이 올 시즌 작성한 기록은 불가능에 가까운 성적이다. 게다가 팀이 리그 꼴찌에 머무는 신통찮은 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 같은 대기록을 수립했다는 것은 더욱 높이 평가 받을 만 하다.
존슨은 운동 선수로 완벽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 그의 별명은'메가트론'이다. 군살 하나 없는 196㎝, 108㎏의 탄탄한 체격에 커다란 손이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운동 능력도 별명에 꼭 들어 맞는다. 존슨은 2007년 2월 NFL 드래프트를 앞두고 모교인 조지아공대에서 기초 체력을 측정했는데 경이적인 수치로 화제가 됐다. 거구에도 불구, 100m 기록이 10초23, 서전트 점프는 43인치(109㎝m), 40야드(약 36.6m) 단거리 질주는 4.33초를 찍었다.
일부에서는 '디트로이트 같은 약팀에 지명된 것이 존슨의 최대 불행'이라고 지적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그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와 NFL 사상 최대 규모인 1억3,200만달러(약 1,417억원)에 8년간 장기 계약을 맺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