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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6일] 고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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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6일] 고향의 말

입력
2012.12.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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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두 분의 선생님은 미당 서정주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다. 경상도가 고향인 A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미당의 시는 단연 으뜸. 반면 전라도가 고향인 B선생님은 미당의 시를 다소 차갑게 평가하는 글을 쓰신 적이 있다. 미당의 고향은 전라도 고창. 두 분 모두 높은 안목을 지닌 분들이고, 또 문학적 평가에 지역감정이 끼어들 리야 없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들의 고향과 미당의 고향 사이에 머릿속으로 줄을 그어보며 약간의 의아함을 품곤 했다.

술자리가 깊어지던 어느 날, 나는 취기를 빌어 B선생님께 여쭤보았다. "미당에 대한 선생님 마음은 어떤 거예요?" 선생님은 내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다 안다는 듯 말씀하셨다. "미당이 시 잘 쓴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하지만 고향 말은 징글징글하기도 한 거다. 푸근하기만 한 게 아니지. 미당의 시들이 좀 그래. 너무 입에 감겨. 징글징글해."

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머릿속에는 엉뚱하게도 거머리가 떠올랐다. 거머리처럼 내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고향의 말들. 가족의 말들.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 끔찍하게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는 유년의 세계. 발바닥의 세계.

그 세계를 떠나기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기 위해, 돌아와 그 빛과 그늘을 함께 내 것으로 끌어안기 위해, 문학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닐는지.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문학이. 나에게는 나의 문학이. 당신에게는 당신의 문학이.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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