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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레이스' 속 방통위는 들러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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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레이스' 속 방통위는 들러리일 뿐

입력
2012.12.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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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8년 만에 칼을 뽑았다. 가입자 모집경쟁이 과열돼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 3사에 대해 24일 영업정지조치를 내린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더 이상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고, 소비자 입장에선 새로 가입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영업정지는 상당히 무거운 제재다. 방통위가 영업정지처분을 내린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로 이동통신업계의 보조금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통신당국의 무기력만 확인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동일 위법행위로 3번 이상 적발되면 영업정지(삼진아웃)를 당한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 2010년과 2011년에 이미 보조금 과다지급으로 제재를 받았던 이통통신사들로선 한번만 더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제는 커녕 오히려 '보조금 레이스'를 확대했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7~12월 이통통신사들은 상한선인 27만원이 넘어 40만~60만원대 보조금을 수 차례 지급했다. 보조금은 삼성전자 '갤럭시S3', LG전자 '옵티머스G', 팬택 '베가R3' 등 최신 스마트폰에 더 집중했고, 그 결과 90만원대 후반인 갤럭시S3의 경우 가격이 한때 17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이동통신사들은 방통위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는 '간 큰'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에 관한 한 방통위가 이통통신사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보조금 조사 중에도 버젓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걸 보면 과연 통신시장에 공권력이 존재하는가 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3사가 사활을 건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 시장상황에서 과열은 불가피하다. 3사 가운데 1개사라도 보조금경쟁을 시작한다면, 곧바로 불붙을 수 밖에 없는 게 현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현주소다. 이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조정이 되지 않는 시장이라면 당연히 정부가 개입해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방통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개입도 아니고 자율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규제와 지도가 전혀 먹히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날 방통위에 영업정지와 과징금처분에 대해서도 이동통신사들은 승복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방통위는 "지난 10월의 스마트폰 보조금경쟁을 촉발시킨 건 KT"라고 지목했지만, KT측은 "방통위의 판단이 잘못됐다. KT는 보조금 경쟁의 최대 피해자로 오히려 10월 시장 점유율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또 보조금 위반율이 가장 높은 이동통신사로 LG유플러스를 지목하며 가장 긴 영업정지(24일)를 부과했는데,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잘못된 위반율 판정기준으로 불리한 제재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SK텔레콤도 "먼저 과열을 유발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왜 똑같이 제재하나"라며 역시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통신당국이 새로운 룰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영업정지나 과징금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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