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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집권하기 위해선…

입력
2012.12.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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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불임정당이 될지도 모른다."

현정부 실정에 대한 높은 비판 여론과 정권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4ㆍ11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당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단기 선거 캠페인의 실책이 아니라 당의 리더십, 노선과 정체성, 정책 역량 등을 둘러싼 고질적 병폐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절박한 인식에서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5060세대의 불편한 민심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앞으로 재보선이나 지방선거는 고사하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당장 대두되는 것은 두 차례 선거를 책임졌던 당 주류인 친노 그룹을 겨냥한 인적 쇄신 요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친노 그룹이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들의 정치적 한계도 뚜렷이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노 그룹이 이념적 접근과 배제의 정치로 일관하면서 중도층을 잃게 했다"며 "주류 친노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나는 게 혁신의 선행 과제"라고 못박았다. 친노 그룹이 당의 전면에 계속 나설 경우 내부 권력 싸움이 격화돼 당 개혁이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이는 당의 노선을 혁신할 새로운 리더십 창출에 대한 갈증과 맞닿아 있다. 인적 혁신이 없으면 구태의연한 전략과 정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다시 원로 정치인을 내세워 현재의 위기를 적당히 관리하려고만 한다면 앞날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이나 미국 민주당 등이 보수 정당에 정권을 내준 뒤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낸 뒤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 사례도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1979년 이후 보수당에 참패를 거듭하다가 40대의 토니 블레어를 새로운 당수로 내세워 전통적 좌파 노선에서 벗어난 신노동당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패퇴를 거듭하다가 18년 만에 이뤄진 재집권이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에 밀리던 민주당은 40대의 빌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밑바닥부터 송두리째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으로 리더십 경쟁을 허용해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며 "'질서 있는 수습'을 택하면 결국 당내 기득권을 인정하게 돼 혁신의 움직임이 막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적 쇄신 요구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2002년 총 유권자의 29.3%에 불과했던 5060세대는 2017년이면 45.1%까지 상승해 2040세대 표심에 주력했던 기존의 전략으로는 집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5060세대가 이념적 구호보다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특히 민주당이 자체 역량을 키우지 않고 야권 단일화나 야권 연대 등 연합정치에 의존하는 행태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4ㆍ11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로 인해 종북 논란에 발목이 잡혔고, 대선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만 쳐다 보다가 허송세월을 했다"고 한탄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신당 창당도 거론되고 있지만, 또 다시 헤쳐 모여식 정치 이벤트에 그쳐 야권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 외부 세력이나 인물에 기대려고 했던 것이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며 "스스로 인물을 키우고 노선을 재정립하는 한편 세대별 정책 대안을 세심하게 마련하는 등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로 부각된 '종북'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보인 독기 어린 모습과 "남쪽 정부" 발언 등이 중장년층의 위기감을 증폭시켰지만, 민주당 측이 이 후보와 차별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야권 인사들이 보이는 "내가 하면 선이고, 남이 하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풍토와 오만한 태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선 운동 기간 트위터 상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일부 야권 인사들이 오히려 트위터를 그만두는 것이 문재인 후보를 돕는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이들의 선동성 글이 그만큼 중도층에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각종 병폐가 야권이 1980년대식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편을 특별한 근거도 없이 '반민주 세력'이라고 몰아붙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시절은 지났다"며 "사회경제적 정책 대안을 놓고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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