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 파문으로 물러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 393명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앞서 두 차례 김 전 기획관 서훈을 보류했던 정부가 대선 이후 돌연 입장을 바꾸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를 인정해 김 전 기획관에게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27일과 이달 4일 같은 내용의 영예 수여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이 지난 7월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만큼 그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김 전 기획관 서훈 안건은 아예 국무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서훈을 놓고 관계 부처 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는 서훈 안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라는 점을 감안해 김 전 기획관에게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많이 제기됐다"며 "대선이 지나 서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점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현정부의 외교ㆍ안보 분야 핵심 실세로,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 3000'을 입안하고 각종 대외 전략·정책 수립 및 집행에 깊숙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서훈이 이 대통령의 임기 말 측근 챙기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12 여수 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강동석 위원장에게 국민훈장무궁화장, 김학의 대전고검장에게 황조근정훈장, 하수처리장에서 인부를 구조하다가 순직한 울산 동부소방서 고 박용복 소방장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또 한미협회장으로 민간 외교 발전에 기여한 고 구평회 E1명예회장에게도 수교훈장 광화장을 추서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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