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정말 서울시에 건 기대가 무척 컸어요. 수 년간 주민들의 삶을 괴롭혀온 뉴타운 문제 해결을 위한 출구전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뤄진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4구역의 철거현장을 둘러보던 강성윤(56) 전국뉴타운ㆍ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올 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출구 전략’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서울시가 이제라도 뉴타운 정책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정책을 바로 잡으려 나선 건 다행이지만 법과 제도의 벽에 부딪쳐 업무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요.”
자동화기기 엔지니어 출신인 강 회장은 2007년부터 뉴타운 재개발이 본격화된 가재울 4구역에서 수 십년간 살았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런 그가 회원 2,000여명의 뉴타운 반대 단체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재개발 과정의 모순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사업비를 공개하고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알려주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뉴타운 대란’은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조합과 시행사는 진실을 철저히 숨겼어요. 기존의 자기 집을 넘기고도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1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야 하는 걸 알면 과연 몇 명이나 재개발에 찬성을 하겠어요?”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대위를 꾸려 활동하던 그는 2008년 11월14일 ‘전국 뉴타운ㆍ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연합’을 발족했다. 이후 수 년째 매주 서울의 다른 뉴타운ㆍ재개발 지역에서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열고 있다.“지난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이 발표된 후 수 십 곳에 달하는 뉴타운 지역에서 조합과 주민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죠. 이중에는 조합과 시행사가 사업 중단시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뉴타운 출구 전략의 가장 큰 장애물로 매몰 비용을 꼽았다.“추진 주체가 없는 곳은 매몰비용의 70%까지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조례로 만들었지만 추진주체나 조합이 있는 곳은 얼마나 매몰비용을 지원할지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때문에 뉴타운 지역 주민들이 개발을 쉽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죠.”
강 회장은 매몰비용 처리에 대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수 조원에 달할 뉴타운 매몰 비용을 서울시가 단독으로 부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뉴타운 사업을 법적ㆍ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정부와 지자체,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한 시공사와 조합 임원들이 고르게 비용을 분담할 수 있게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투명한 정보공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조합 설립 등 뉴타운ㆍ재개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해서 미리 사업성 여부를 주민들이 알 수 있게 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ㆍ사진=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