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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압력에… 아시아 중앙은행 독립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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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압력에… 아시아 중앙은행 독립성 '시험대'

입력
2012.12.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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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의 독립성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이 고유 업무인 물가관리를 넘어 경기부양도 맡아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 둔화의 영향이 아시아에까지 미치자 이 지역 국가들의 정치권이 중앙은행에 통화를 팽창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가장 위협받는 국가는 일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6일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23일 TV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올리지 않으면 일본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 6.5% 달성 시까지 제로금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이달 중순 밝힌 것처럼, 법을 바꿔서라도 일본은행에 고용의 책임까지 부과하겠다는 게 아베의 생각이다. 현재 1%인 물가 목표치를 두 배로 올리고 물가가 2%로 오를 때까지 돈을 무제한 찍어내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기도 하다. 아베의 협박이 현실로 이뤄지면 1998년 일본은행법 개정 이후 비교적 높은 독립성을 누려왔던 일본은행은 사사건건 행정부의 간섭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최우선 순위로 둔 자민당 정권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고질적 엔고 현상과 디플레이션을 조금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부작용은 너무 크다. 일본은행이 경기부양 임무를 수행하며 대규모 자산 매입에 나섰다가 시중의 부실 신용까지 떠안으면 스스로 부실화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도 경제계는 중앙은행(RBI)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RBI는 경기둔화에도 불구,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10%)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8%에 묶어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도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며 내년 하반기 총선이 예정된 호주 역시 정부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은 1970년대 각국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은행이 행정부의 단기적 성과(성장률)에 집착해 물가를 생각하지 않고 돈을 찍어내면 부채의 화폐화 현상(재정적자를 통화팽창으로 돌리는 것)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30년 이상 금과옥조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중앙은행이 금융 불안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 요구 또한 계속 커지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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