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479만 명에 이른다. 이중 직장가입 적용 대상이 아닌 일용직노동자 등을 제외하더라도 407만여 명이 직장가입자로서 정당한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이는 피부양자를 뺀 직장가입자(1,300만여 명)의 31.2%에 달한다.
건강보험료 누수 형태는 임금소득자인데도 직장가입을 하지 않고 지역가입자로 분류되거나, 피부양자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을 숨겨 보험료가 적은 지역가입자로 등록하거나, 근로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나 부인 등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숨어들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 등이 발생한다. 고용주들도 자신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종업원의 가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지금까지 나머지 직장ㆍ지역가입자들이나 국가가 이들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열심히 돈을 벌어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의 의욕은 꺾이게 된다. 또 소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편법을 써서 건강보험에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자체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탈세행위와 유사한 이 같은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면 건강보험 인상률도 낮출 수 있고, 적자투성이의 건강보험 재정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건강보험 소득원을 확실히 포착하고 엄정하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건강보험 대상자에 대한 행정적인 자격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 KDI의 지적처럼 국세청에 취합되어 있는 소득자료가 건강보험공단과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국세청은 현재 일용직근로자에 대한 소득 정보와 사업장 정보가 담긴 자료를 상당히 축척하고 있지만, 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평등과 효율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기관들간에 유용한 정보를 교류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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