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출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고 싶습니다."
2009년 런던에서 열린 19세미만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로봇다리 수영왕' 김세진(15)군이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수시전형에서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합격했다. 중ㆍ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2년만에 마치고 이뤄낸 성과다.
아직은 앳된 목소리의 김군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학을 하면 가장먼저 대학생 형들처럼 캠퍼스를 걸어보고 싶다"며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또래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는 것도 좋다"고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군은 선천성무형성장애를 갖고 태어나 오른 다리는 무릎 아래가, 왼 다리는 발목 아래가 없다. 오른손도 엄지와 약지 손가락만 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8세 때 5㎞ 마라톤을 완주했고, 9세 때는 미국 로키산맥(3,870m) 등반에 성공했다. 재활치료를 겸해 시작한 스키, 라틴댄스, 볼링, 승마도 수준급. 수영 실력은 세계 정상급으로 지금까지 국제대회에 나가 딴 메달 개수는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좌우명이 '세상을 기대하지 말고, 세상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자'에요. 앞으로 10년 안에 석ㆍ박사 과정까지 모두 마칠 생각이에요. 물론 2016년 브라질장애인올림픽 400m 자유형에서 메달도 따야죠. 나중에는 IOC 위원이 될 겁니다."
김군의 도전은 어머니 양정숙(44)씨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양씨는 1998년 자원봉사를 하던 보육원에서 생후 6개월인 김군을 만나 이듬해 입양했다. 그 후 베이비시터, 대리운전, 심리상담 강사 등을 하며 아들을 돌봤다. 김군이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후원을 하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세진이가 수영을 하기 싫어질 때 후원이 빚이 돼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한국에서 장애인의 삶은 '코끼리가 사는 나라에 병아리가 사는 것'과 같아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도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엄마로서 그 도전을 뒷바라지하고 응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김군의 인간승리 스토리는 2009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지만, 세상의 벽은 여전히 높은 게 현실. 김군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된 것도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루는 세진이가 중학교 체육시간에 축구 드리블 실기 시험에서 0점을 받아 속상해했어요. 차이를 이해하는 작은 배려가 못내 아쉬웠죠. 해외경기 참석을 위해 체육특기생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교육청에서는 규정에 '장애인'은 없다며 안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김군은 요즘 기타 연주에 푹빠져 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들려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최근엔 어머니, 누나와 가족밴드를 만들어 보육시설 등을 찾아 공연 봉사를 한다. 초등학교를 찾아 집단 따돌림(왕따)과 관련한 강연도 거르지 않고 있다. "스포츠심리학자가 돼 장애인이나 일반선수 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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