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황금노선'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거대 항공사가 사실상 독점해왔던 노선에 저가 항공사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는 것.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장차 지각변동 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저가항공계열사인 진에어는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항기념식을 열고 국내 저가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인천~오키나와 정기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일본 오키나와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1992년4월 취항한 이래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노선. 자회사를 통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김재건 진에어 대표는 "이번 취항으로 총 7개국 12개 노선을 운항하게 됐다"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 말부터 오키나와에 전세기 운항을 하고 있는 티웨이항공도 내년 3월 이후 정기노선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선의 터줏대감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기존 주7회에서 주9회로 증편하고, 부산~오키나와 노선 신규 취항도 준비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독점해온 서태평양의 대표적 휴양지 괌 노선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3년4월 정기노선 개설 이래 인천~괌 노선을 20년간 운항해 오고 있는데 2010년4월부터 진에어가 취항했지만,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독점 노선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올 9월 취항하면서부터, 괌 노선은 경쟁체제로 전환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대한항공에 도전하는 건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저가항공이라도 취항이 시작되면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고 가격과 서비스가 더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태평양 사이판의 성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사이판은 아시아나항공이 1992년5월 취항한 이후 현재 단독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5년10월 정부의 복수 취항 허용 방침에 따라 대한항공이 같은 해 12월 뛰어들었지만, 2003년9월 운항을 중단했다. 그러나 자회사인 진에어가 내년 1분기 진입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과 한판 승부는 불가피해졌다.
양대 항공사가 직접 격돌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재취항 하면서 대한항공의 독점이 깨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2005년부터 단독 운항하던 필리핀 팔라와 노선에 발을 들이는 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새해 노선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항공사 수 제한이 폐지된 베트남 노선과 최근 폐지된 미얀마 노선을 둘러싼 신규 취항 및 추가 진입 등 물밑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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