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맥없이 누운 모습이 병색이 짙은 아이 같다. 황토색과 짙은 초록색이 뒤엉켜 형태도 모호한 이것은, 시들어가는 해바라기. 두 송이의 해바라기는 왼쪽은 앞면을, 오른쪽은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가 탄생하기 전이다. 반 고흐는 1887년 늦여름부터 해바라기를 본격적으로 그렸다. 당시 집중적으로 그린 해바라기 네 점 중 이 그림이 가장 작다.
해바라기는 7월 중순에서 8월까지 만개하지만 거의 시들어가고 있어 이 꽃은 9월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까지만 해도 꽃 정물은 아름답게 만개한 순간을 묘사하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생의 허망함에 빗댔지만 반 고흐는 아예 시들어가는 꽃을 화폭에 담았다.
'태양의 화가'로 불린 그의 내면과도 동일시되는 소재인 '해바라기'는 그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색채연구 소재였던 듯하다. 그 스스로 "매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해바라기를 그린다"고 했고, 또한 이는 '노란색에 관한 연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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