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윈회에서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는 이른바 '박근혜식 증세안'을 놓고 대립하면서 잠정 합의했던 내년도 세법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비과세ㆍ감면부터 줄이는 간접 증세안을 내세운 반면, 민주통합당은 소득세과표구간 하향 조정(과표 1억5,000만원 초과구간 신설), 법인세 인상 등 직접 증세를 요구하며 맞섰다.
이날 조세소위는 22일 잠정 합의한 세법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앞서 조세소위에서 여야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춰 금융자산가들의 조세 부담을 확대하고, 대기업(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16%로 2%포인트 높이는 등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줄여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간접 증세안에 합의했었다. 또한 이견을 보였던 소득세과표구간 조정, 법인세 인상 여부 등은 여야가 각각의 수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박근혜 예산 6조원'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세법개정안 논의로 불똥이 튀었다. 민주당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박근혜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증세를 요구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빚을 져서라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건 점령군과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소득세와 법인세 세제개편은 중ㆍ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인데다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와도 배치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민주당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당초 합의된 3,0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더 낮추고 ▦고액 연봉자의 세(稅)감면 한도를 당초 3,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내리며 ▦변호사 등 고소득 개인사업자(과표 3,000만원 이상)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35%에서 45%로 높이는 방안 등을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이날 기획재정위는 끝내 무산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잠정 합의하고 표결로 처리키로 한 사항을 민주당이 생떼를 부려 파행됐다"며 "타협안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27, 28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일각에선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보다 강화하는 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획재정위는 26일 오후2시 전체회의를 열어 세법개정안 처리를 다시 시도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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