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한진중공업 최 동지와 현대중공업 이 동지를 죽였다."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 최모(34)씨에 이어 22일 자살한 현대중공업 하청기업 해고노동자 이모(41)씨의 추모제가 열린 24일 울산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앞. 추모제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추모성명에서 "자본주의 세상이 자행한 타살"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불법 파견 노동자 전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에서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36)씨는 "1차적으로는 회사의 잘못이지만 사회적 무관심도 그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것"이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21일 자살한 한진중공업 최씨는 장례절차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지역 내 정당 및 시민단체 등 20여 개 단체와 연대해 구성한 열사투쟁대책위원회(대책위)는 한진중공업 측이 노조에 제기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철회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방침이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자살을 택한 노동자가 유서에 민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대선 이후 비관과 좌절에 빠진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을 택하면서 노동계 전체가 비탄에 빠졌다. 2011년, 2009년 각각 대량 정리해고를 실시한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사내하도급 문제로 장기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현안이 여전히 풀릴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다, 노동문제에 소극적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노동계의 상실감과 불안감이 증폭됐다. 배문석 민주노총울산본부 정책국장은 "대선 이후 사정이 절박한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선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다'는 집단공황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업무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해고 회피 노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정리해고로 피해를 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계획은 없는데다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등에는 소극적이다. 또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한다는 구상이지만 이 법이 오히려 불법 파견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게 된다는 우려가 많다. 쌍용차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줄곧 반대하다 대선 후에야 열기로 합의해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혹한 속에 철탑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박근혜 당선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차기 정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반 노동정책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진중공업의 한 노조원은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하자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당선인은 조속히 사회적 재해와 다름 없는 정리해고와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은 손해배상 탄압에 대해 대책과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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