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2주전 일자리를 잃었네, 하수구에서 예수님께 얘기했더니, 교황께서 하시는 말씀, 그런 건 제길 내 소관이 아니야…" 1971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뮤지션의 이름은 로드리게스. 음반은 쪽박이었고 가수는 잊혀졌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음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상륙한다. 수상한 시절을 살던 그 땅의 젊은이들은 곧 로드리게스의 노래들에 열렬히 매료된다. 그의 노래들은 자유와 혁명의 주제가로 널리, 깊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런 반향을 알 길 없는 미국의 로드리게스는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잇고, 로드리게스의 근황을 알 길 없는 남아공에는 그에 대한 오만 가지 소문이 떠돈다.
로드리게스와 남아공의 팬들이 극적으로 만난 것은 근 30년 후인 1998년. 두 열혈팬의 수소문을 통해서였다. 그제야 그는 뮤지션으로 돌아와 생애 처음 수만의 청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작은 기적이다. 시간은 다시 흘러 2006년, 한 스웨덴 남자가 남아공을 여행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영화는 5년 후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고, 2012년의 어느 날, 나는 시간을 때우러 영화관에 갔다가 우연히 로드리게스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마스 2주전 일자리를 잃었네… 그런 건 제길 하느님 소관이 아닐지라도, 이 담담한 슬픔이 지구를 돌고 돌아 크리스마스를 앞둔 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역시 작은 기적인 것만 같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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